챔프 조코비치, 잔디 맛 어떠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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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박 조코비치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한 뒤 잔디를 뜯어먹고 있다. [런던 로이터=뉴시스]


“윔블던 우승컵을 정말 갖고 싶었다”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세계랭킹 1위)가 윔블던의 잔디를 뜯어 먹는 독특한 우승 뒤풀이를 펼쳤다. 조코비치는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을 3-1로 눌렀다. 생애 첫 윔블던 우승이다.

 조코비치는 경기 직후 센터코트에 드러누워 관중의 환호를 만끽했다. 그런데 그는 다시 일어나 관중에게 인사한 후 잔디 코트에 구부려 앉더니 손으로 잔디를 뜯어서 입속으로 넣어 씹어먹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조코비치가 윔블던에서 승리의 영광을 ‘맛봤다’”고 표현했다.

 조코비치는 결승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사실 왜 잔디를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냥 기쁨에 겨워서 즉흥적으로 한 행동이다. 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생각보다 잔디 맛은 좋았다. 관리를 잘했더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조코비치는 그동안 동료 선수들의 특징을 잘 잡아내서 경기 도중 흉내를 내는 등 코믹한 행동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잔디 뜯어 먹기 뒤풀이’가 더 화제를 모았다.

 윔블던은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중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열린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전까지는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에서만 두 차례(2008, 2011년) 우승했다. 그는 그 어느 대회보다도 윔블던 우승을 원했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우승 상금 110만 파운드(약 18억8000만원)를 받았고, 4일(한국시간) 프로테니스(ATP)투어가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1위로 올라섰다. 종전 1위는 나달이었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최근 나달과의 맞대결에서 5연승을 기록했다. 그는 ‘왼손 천재’ 나달에게 특히 강하다. 나달은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에게 다섯 번 연속으로 졌다는 건 내가 상대를 많이 괴롭히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어쩌면 계속 지다 보니 정신적인 부분에서 더 힘들어졌을지 모른다”고 했다. 나달은 이번 대회 내내 왼쪽 발 부상으로 인한 통증에 시달렸지만 부상 핑계를 대지는 않았다. BBC 해설위원 보리스 베커는 “조코비치는 확실히 나달의 백핸드에 대한 대비를 잘해서 경기에 나선다. 랠리가 시작되면 조코비치가 베이스라인에 서서 주도권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은경 기자

노박 조코비치는

■ 국적 : 세르비아

■ 생년월일 : 1987년 5월 22일

■ 체격 : 키 1m88㎝, 80㎏

■ 세계랭킹 : 1위

■ 오른손잡이

■ 프로 데뷔 : 2003년

■ 단식 우승 : 26회

■ 그랜드슬램대회 우승, 호주오픈(2008·2011년), 윔블던(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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