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등록금에 쓰러지는 대학생 더는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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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송지혜
사회부문 기자

“내 나이 스물셋, 내년 복학을 앞두고 학비를 모으려고 전역한 지 5일 만에 일을 시작해 어느새 3개월째입니다. 호텔에서 터보냉동기, 보일러, 냉온수기 그외 모든 기계를 담당하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고인의 얘기가 남의 일 같지 않네요.”(네티즌 안현준씨)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형마트 냉동기를 점검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황승원(22)씨의 사연이 본지에 실리자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본지 7월 4일자 18면> 고인을 애도하고 그를 구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수백 건 달렸다.

 황씨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해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09학번이 됐다. 자신처럼 학교를 다니지 못해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여동생(16)에게 그는 희망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전역 후 이틀 만에 월급을 많이 준다는 냉동기 점검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2학기 등록금을 제 힘으로 마련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차가운 기계 점검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의 2학기 등록금은 204만4000원. 사립대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식당일 등으로 벌어오는 월 100만원의 수입이 전부인 황씨에겐 너무 큰 부담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립대 학생들의 절박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부에선 “황씨 죽음의 본질은 안전사고”라고 지적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청년의 상황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한 시민단체가 대학생 3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와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14%나 됐다. 지난 2월 강원도 강릉에선 한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학생 옆에는 즉석 복권과 학자금 대출 서류가 놓여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청운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대학생들에게 우리 사회가 어떻게 손을 내밀지 진지한 모색이 필요한 때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부담에 목숨을 끊고, 위험한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송지혜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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