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 장근석 미소에 ‘대동단결’한 할머니엄마딸 3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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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호 05면

이제 ‘장근소쿠(장근석의 일본식 발음)’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그동안 반신반의했다. 장근석이 표지를 장식한 여성지를 서점에서 발견했을 때도, 그의 일본 첫 싱글앨범 ‘렛 미 크라이(Let me cry·사진)’가 오리콘 1위에 올랐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도 그냥 ‘요즘은 장근석이 대세인가 보군’ 했다. 장근석이 ‘욘사마’ 배용준의 뒤를 잇는다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서도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 싶었다. 그런데 지난주 발매된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의 장근석 특집을 읽으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5쪽에 걸쳐 게재된 이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장근석은 배용준을 넘어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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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는 한국인들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장근석의 부상은 순식간이었다. ‘겨울연가’ 한 편이 ‘욘사마’를 만들었듯 장근석을 띄운 것도 한 편의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였다. 처음 위성채널을 통해 소개된 ‘미남이시네요’는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 가을 지상파 후지TV에서 다시 방송됐다. TBS도 발 빠르게 움직여 7월 방송 예정으로 ‘미남이시네요’의 일본판 리메이크 제작에 들어갔다. TV 광고에 ‘뽀샤시한’ 장근석이 등장해 “스키?(좋아해?)”라고 속삭이는 산토리의 ‘서울막걸리’는 발매 2개월 만에 2011년 판매 목표치를 돌파했다고 한다. 장근석이 주연한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장근석 축제’도 7월 9일부터 도쿄 시네마트 롯폰기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에라’는 장근석의 인기 요인을 배용준과 비교해 설명했다. 배용준이 ‘품위 있는 미소’로 일본의 중년 이상층 여성들을 사로잡았다면 장근석은 ‘천진난만한 미소’로 70대 할머니, 40대 어머니, 10대 딸까지 한 집안의 여성 3대를 ‘대동단결’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부드러움의 화신’인 배용준에 비해 장근석의 매력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팬들도 많았는데, 즉 “여성스러운 얼굴에 남성미 넘치는 몸,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갭(gap)이 좋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장근석의 인기는 ‘적절한 타이밍’과 ‘일본에는 드문 캐릭터’의 덕이 컸다고 생각한다. ‘빅뱅’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의 활약으로 한류가 10~20대까지 확산된 시기에 때마침 ‘인기 아이돌 그룹의 리더’를 연기한 드라마가 방송되면서 K-POP 팬층을 장근석의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또 하나는 ‘대중 앞에서 지나치게 예의 바른’ 일본 배우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솔직함과 자신감이다. “자신은 초식남인가, 육식남인가”라는 질문에 “낮에는 초식, 밤에는 육식”이라고 답했다는 인터뷰가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6월 초부터 도쿄 시부야에 기간 한정으로 문을 연 ‘장근석 오피셜숍’에는 팬들이 응원 메시지를 적는 코너가 마련됐는데, 장근석은 거기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나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걸 허락해 주겠어!”

마지막으로 팁 하나. 일본 팬들과 장근석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근사마’라고 부르면 혼난다. 무조건 ‘근짱(グンちゃん)’이다. 장근석이 ‘욘사마’와는 또 다른 의미의 젊은 스타라는 것을 팬들은 호칭으로도 강조하고 싶어한다. 호칭이야 어떻든 한류의 새로운 상징이 될 대형 스타의 탄생은 분명한 것 같다.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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