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산 BMW? 멕시코산 뉴비틀? … 정부, 내년부터 수입차 원산지 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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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 원산지인 BMW3시리즈.

정부가 먹을거리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한 것처럼 수입차의 원산지 표기를 추진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가 많아지는 데다, 수입차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만들어져 들어옴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국토해양부는 산하기관인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 용역을 줘 수입차 원산지 관리 방안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관계자는 16일 “해외 각국과 FTA 발효국이 늘면서 한국과 안전기준이 다른 자동차들이 수입될 수 있고 자동차 검사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동차등록증이나 차량 내부의 눈에 띄는 곳에 원산지를 표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한·EU FTA가 발효되면 1.4%의 관세 인하가 적용된다. 또 연내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다른 미국 안전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량 수입이 허가된다. 한국에서 연간 판매가 2만5000대 이하인 수입차 업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상 모든 수입차 메이커가 해당된다. 이럴 경우 신차를 구입해 4년이 지나 받는 자동차 검사에서 혼란이 올 수 있다. 원산지가 미국인 차는 미국 안전기준에 맞춰 수입되는데 원산지 구분이 되지 않으면 국내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한국과 다른 미국 안전기준은 대표적인 것이 후면 방향지시등(깜빡이)이다. 한국은 노란빛을 내야 하는데 미국은 빨간색이어도 관계없다.

 이처럼 원산지가 다른 모델은 독일 차에 집중돼 있다.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인 BMW 3시리즈는 전량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된다. 폴크스바겐의 제타와 뉴 비틀도 생산지가 독일이 아니라 멕시코다.

 이처럼 정부는 FTA 발효국이 늘어나면서 자동차의 원산지 통합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독일 차가 아프리카·멕시코 등 독일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될 경우 한·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미국 메이커가 유럽에서 생산한 차를 수입하면 관세 인하 적용을 받는다. 당장 포드는 내년 초 소형차 포커스 디젤 모델을 유럽에서 들여올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세 인하는 통관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관세청 전산망으로 관리해도 되지만 안전기준이 한국과 다를 경우 자동차 검사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어 원산지 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수입차의 원산지 표기는 제각각이다. 엔진룸이나 차량바닥 등에 작은 글씨로 하거나 차대번호(주민등록번호처럼 차량의 이력 관리번호)에 기록해 소비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판매점에서도 원산지를 모르거나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 이남석(경영학) 교수는 “자동차 원산지 표기는 소비자의 알권리라는 측면에서도 자동차등록증 등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원산지 표기는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곳에 명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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