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주가가 모기업의 4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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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가 한 건물에 있는 대륭정밀과 기륭전자의 종업원들은 요즘 거래소 주식시장의 부진과 코스닥의 활황을 극명하게 느낀다.

우리사주를 끌어안은 대륭정밀 직원들이 울쌍을 짓는데 비해 기륭전자 종업원들은 1995년 코스닥 등록 전에 받은 주식 값이 급등해 웃음을 짓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위성방송 수신기 생산업체로 거래소 1부시장에 소속된 대륭정밀의 8일 종가는 1만6천8백원.반면 대륭정밀의 자회사로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기륭전자는 6천6백원을 기록했다.

기륭전자 주식은 지난해 5백원으로 액면분할했으므로 액면가 5천원으로 환산하면 6만6천원이라서 모기업인 대륭정밀보다 주가가 4배 가량 높은 셈이다.

이같은 주가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생산제품은 똑같고 회사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륭정밀의 김준수 기획팀장에 따르면 80년대부터 미국 최대의 TV 셋톱박스 업체인 제너럴 인스투르먼트(GI)에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위성방송 수신기를 공급해온 대륭정밀에게 미국 2위 업체인 사이언티픽 애틀란타(SA)가 OEM 공급을 의뢰하면서 생겨난 것이 기륭전자다.

SA가 "경쟁업체인 GI에도 납품하는 만큼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공급해달라" 고 요청, 대륭정밀이 자회사인 기륭전자를 만들었다.

이들 두 회사는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라는 같은 주력 상품을 생산하고 있고 ▶자본금▶발행주식수▶매출액▶경상이익 등에서 대륭정밀 쪽이 2배 정도 많다. 부채비율이나 사내 유보율, 주당 순이익에서는 오히려 대륭정밀 쪽이 탄탄한 편이다.

98년까지만 해도 대륭정밀의 주가가 항상 기륭전자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차이점이라면 미국의 OEM 수출선이 다르고 주식이 서로 다른 시장에 상장.등록돼 있다는 것. 기륭전자가 지난해 10월 11일 코스닥 일반기업부에서 벤처기업부로 소속부를 변경하면서 두 회사 주가의 운명이 갈렸다. 코스닥 벤처 열풍이 불면서 기륭전자의 주가는 날개를 단 반면 대륭정밀은 미끄럼을 탔다.

기륭전자 재무팀의 박충석 증권담당은 "코스닥 벤처기업으로 옮기라는 주주의 요구에 따라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아 적기에 소속부를 옮긴 것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됐다" 고 말했다.

대륭정밀의 金팀장은 "코스닥 주변에서 대륭정밀이 아날로그, 기륭전자가 디지털 제품을 생산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며, 두 회사 생산제품은 똑같은데 수출선이 다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주가 차별화의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할 뿐" 이라며 "대륭정밀이 저평가된 것인지, 기륭전자가 고평가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고 말했다.

기륭전자의 朴담당은 "대륭정밀과 주가를 비교하면 할말이 없다" 면서도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 비슷한 위성방송 수신기를 만드는 휴맥스나 프로칩스, 청람디지털, 현대 디지털 테크와 비교하면 오히려 우리회사 주가가 저평가돼있다" 고 말했다.

액면가 5천원 기준으로 7일 종가는 ▶휴맥스가 18만5천5백원▶프로칩스가 13만4천5백원▶현대디지털테크가 14만원으로 기륭전자의 2배 이상이고, 청람디지털도 9만9천3백원으로 기륭전자보다 높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김남태과장은 "대륭정밀에 비해 기륭전자가 코스닥 벤처기업과 액면분할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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