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정은순 새 천년 '바스켓여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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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페라이온의 정은순이 새천년 한국여자농구를 이끌어 갈 `바스켓 여왕'에 올랐다.

아시아 최고센터 정은순은 31일 열린 현대건설과의 바이코리아 2000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혼자서 33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2연승을 주도해 '99여름리그에 이어 연거푸 MVP 영광을 차지했다.

정은순은 출범 첫해인 98년 라피도컵에 이어 99년 한빛은행배 그리고 올시즌까지 모두 4개 대회에서 3번이나 MVP로 선정돼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여자농구선수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정은순이 이끄는 삼성생명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건설에 파죽의 2연승을 올려 정규리그 연패수모를 깨끗이 설욕했다.

정은순은 이날 2차전에서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쿼터 초반 골밑슛 연속 4개와 블로킹슛 2개로 대세를 확정, 고비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내 최대 라이벌인 현대건설의 `연봉 퀸' 전주원과의 대결도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전주원은 1차전에서 6점으로 묶인데 이어 2차전에서도 13점, 9리바운드에 그쳤다.

정은순은 10일 열린 지난 대회 우승팀 신세계 쿨캣과의 개막전에서 32득점, 20 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해 아깝게 트리플 더블을 놓치는 등 `준국가대표팀'인 삼성생명 팀 전력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정은순은 경기마다 골밑을 완전히 장악해 득점(2위)은 물론 리바운드(1위)와 블록슛(3위), 어시스트(4위) 등 전부문에 걸쳐 맹활약을 보였다.

정은순은 시즌을 앞두고 수원 영통에서 체육관주변인 서울 서초동으로 아파트를 옮기면서 개인연습에 몰두할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은순은 조금만 신경을 써도 목이 부어오르는 갑상선 항진이라는 특이한 질병을 앓고 있으며 매일 알약을 삼켜가며 신체리듬을 조절해야 하고 민간요법에 따라 멸치와 미역을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닐 정도.

정은순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면서 상대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가 속출했으나 `맏언니'답게 감정을 잘 달래가며 팀의 공수를 조율해나가는 성숙함까지 보였다.

정은순은 "이번 시즌 내내 신경성 소화불량 증세까지 겹쳐 컨디션이 엉망이었다"며 "후배들이 잘 도와줘 새 천년 첫 우승을 차지하고 MVP로 선정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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