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산업활동 동향] 과열 진정세…'속단은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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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과열을 걱정했던 경기가 속도조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대해 경기가 과열국면으로 치닫지 않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하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물가불안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금리도 다시 하락세로 기울 것이란 진단이다.

그러나 12월 한달 움직임을 보고 경기추세의 변화를 판단하기는 이르며, 물가불안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한풀 꺾인 경기 지표〓생산과 출하가 전월에 비해 각각 0.5%와 2.0% 줄었고, 소비를 보여주는 도소매 판매도 0.9% 떨어졌다. 또 팔리지 않아 쌓아 둔 재고가 전월보다 5.4% 늘었다.

현재의 경기추세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11월 1.0포인트 올라갔던 것이 12월에는 0.4% 상승에 그쳤다.

박화수(朴華洙)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이를 "경기상승 속도가 다소 늦어지면서 자연스런 조정 징후를 나타내는 것" 으로 해석했다.

이철환(李喆煥)재경부 종합정책과장도 "지난해 가파르게 치솟았던 경기 상승속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며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불안심리가 점차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했다.

통계청은 현재 경기수준을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 10월(1백 기준)과 비교해 봐도 생산만 1백22.1로 올라 섰을 뿐 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1백1. 8과 99.0으로 겨우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건설투자는 85.2로 아직 한참 멀었다고 분석했다.

◇ 속단은 이르다〓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한달 지표를 보고 추세를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연착륙' 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김준일(金俊逸)KDI 연구위원은 "경기가 자연스런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면 바람직한 현상" 이라며 "그러나 이런 변화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을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의 경우 Y2K문제에 대비해 기업들이 수출을 앞당긴데다 정부의 특소세 폐지로 가전제품 등의 수요와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 면서 "전월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해서 조정국면을 얘기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8월에도 생산이 전월보다 1.1% 줄었으나 다음달 다시 4.5%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최공필(崔公弼)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통계를 미시적이고 단기적으로 해석하면서 물가불안 가능성을 외면할 위험도 있다" 면서 "근본 처방을 항상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광기.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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