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금 수십 배 빌려 위험자산에 베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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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호 24면

미국 뉴욕연방법원 배심원단은 11일(현지시간) 14건의 내부자거래 혐의로 기소된 갤리언펀드 설립자인 라지 라자나트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헤지펀드가 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정확한 성격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의 용어설명에 따르면 ‘고위험·고수익’ 원칙에 따라 파생금융상품의 거래를 통해 자금을 투기적으로 운용하는 투자신탁이다. 소수의 거액 투자자들에 의해 투기적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모아 만든 뮤추얼펀드와 대비된다.

알기 쉬운 경제용어 헤지펀드(hedge fund)

원래 헤지란 울타리를 뜻한다. 금융에서 ‘헤징’은 위험을 피하기 위한 투자기법을 의미한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하다.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버뮤다처럼 규제가 없는 곳에 헤지펀드를 만든다. 그 다음 펀드 규모의 몇 배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 있는 펀드 매니저 확보가 필수다. 보통 연 2%의 운용보수에 성과가 나면 그 20%를 보너스로 준다.

헤지펀드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조지 소로스다. 그가 1969년 1만 달러를 갖고 시작한 퀀텀펀드는 그 후 20년간 연평균 30%가 넘는 수익을 내며 헤지펀드의 대명사가 됐다. 1992년 파운드화가 떨어질 것이라며 영국과 통화전쟁을 벌인 끝에 승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최근에는 존 폴슨 폴슨앤코 회장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예측해 샛별로 떠올랐다. 2008년 이후 2년간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번 그는 지난해 무려 49억 달러(약 5조4000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위험이 큰 만큼 손실을 보거나 심할 경우 파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세계 최대의 상품 헤지펀드 클라이브캐피털은 최근 유가 급락으로 순식간에 4억 달러(약 4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하반기에 헤지펀드가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나 금융회사가 적지 않은 데다, 선진 투자기법을 활용하게 된다는 이점도 있어 무조건 막기보다는 적절한 통제 아래 풀어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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