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경륜·원숙함이 '황혼벤처' 창업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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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 공보관 출신인 구본룡씨(50)는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직을 끝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신년초부터 인터넷 벤처기업 최고 경영자(CEO)로 변신했다.

2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종착역이 벤처기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본인의 변은 담담하다.

“주변에서 50대에 접어드는 나이에 무슨 벤처냐는 말도 많았지만 새로운 출발을 해 보자는 뜻에서 모험과 변신의 상징인 벤처 창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20, 30대 젊은이들의 주무대인 벤처업계에 늦깎이로 창업에 도전한 것은 보수적인 과천관가내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창업한 벤처회사 ''온 앤 오프(On&Off)''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 광고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신종벤처기업.

인터넷 판매업체와 인터넷 사이트들을 연결시켜 온라인 광고를 중개해 주고 인터넷 광고경매를 통해 광고를 판매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이 회사는 벌써부터 1천 6백여개의 인터넷 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에드 익스프레스라는 종합광고회사를 경영하던 강시철씨와 함께 회사를 만들고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정통 산자부 관료 출신.

부산고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뒤 1976년 상공부(현 산업자원부 전신) 사무관(행시 16회)으로 공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뒤 수출과장·자동차조선과장·가스산업심의관·산업기술국장 등을 역임했었다.

자유롭고(free) 새롭고 가치있는 분야에 도전하며(challenge), 공직사회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변화욕구(change)와 새 천년에 맞는 유망사업 기회(chance)를 잡기 위해 사표를 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

" ''황혼(黃昏)벤처'' 이지만 젊음과 패기 대신 경륜과 원숙함을 앞세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인터넷의 원동력은 바로 광고입니다. 좋은 인터넷 사이트들도 광고를 따내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합니다. 신세대 인터넷 벤처기업인들은 기술개발능력은 뛰어나지만 광고영업이나 마케팅 감각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具회장은 "광고를 하고 싶지만 마땅한 사이트를 찾지 못해 애를 쓰는 기업들에도 광고를 중개 알선해 주는 복덕방과 같은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회사에는 내로라 하는 기존 광고업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제일기획 매체팀장 출신의 장용석 매체본부장과 동방기획 국장 출신의 정완교 상무 등이 새로운 인터넷 광고 분야의 선봉에 서고 있다.

''온 앤 오프''라는 뜻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Online)광고뿐만 아니라 신문·방송광고 등 기존의 오프라인(Offline)광고도 병행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창업에 앞서 인터넷 교육컨설팅회사인 E코퍼레이션이 개설한 전자상거래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인터넷 감각을 익혔다.

그는 이 과정의 수강생들 모임인 ECO클럽 회장직을 맡으며 같은 회원으로 있는 김효성 대한상의 부회장·김영일 현대백화점 고문·남승우 풀무원 사장 등과 네트워크를 꾸준히 형성해 가면서 사업화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具회장은 앞으로 요리관련 사이트의 콘텐츠속에서 요리기구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거나 생년월일 등이 담겨 있는 인명록 정보 사이트에 생일축하 꽃배달 서비스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제휴 광고서비스를 일단 펼쳐 나갈 계획이다.

具회장 외에 한독약품·풀무원·동일토건 등 40여명이 출자해 자본금 8억 1천 5백만원 규모로 시작하는 이 회사는 올해 매출목표 4백억원에 2002년에는 코스닥에도 등록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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