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배후 밝힐 특검제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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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국회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사무총장이 지난 대선 당시의 민주당보를 보여주고 있다.[연합]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당시 병풍 사건 등을 이른바 '3대 정치공작 사건'으로 규정하며 특별검사제 도입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3대 정치공작 사건'이란 김대업씨가 주도한 '병풍'을 비롯, 기양건설의 한인옥 여사 10억원 로비 의혹, 설훈 전 의원이 주장한 이회창 후보 측 20만 달러 수수설 등이다. 이 세 사건 때문에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큰 타격을 받았지만 대선 뒤 법정에서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이 났다.

박근혜 대표는 13일 상임운영위에서 "지난 대선에서 여당이 문제 제기했던 세 사건이 모두 정치공작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입장 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면 법까지 제정해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무성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3대 정치공작 사건에 가담한 하수인들은 처벌을 받았으나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검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또 "향후 정치공작 사건으로 국민의 뜻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정치공작 근절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며, 3대 정치공작 가담자 전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병풍 공작 때문에 당시 이 후보의 지지율이 10%p가량 떨어졌으며, 대선 막판에 불거진 기양건설 공작 논란도 지지율을 5%p 이상 하락시켰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3대 정치공작의 최대 수혜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김대업씨의 병풍공작에 관여한 최재천 현 열린우리당 의원(당시 김씨의 변호사) 등은 당장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당시 파렴치한 전과자의 말만 믿고 진실 보도를 외면한 공영방송과 오마이뉴스.시사저널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는 9일 김대업씨와 오마이뉴스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보도된 후 '당이 왜 가만히 있느냐'는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박 대표도 공작 정치 문제는 확실히 매듭지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일각에선 지금와서 이 문제를 재론해봐야 별로 득이 될 게 없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2007년 대선에서 또 당하지 않으려면 다시는 공작을 엄두내지 못하게끔 정치 풍토를 바꿔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특검 도입 요구는 지속적인 정치 공세의 정략적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최재천 의원은 한나라당이 자신을 병풍의 배후로 몰고있다며 전여옥 대변인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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