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공격경영에 라이벌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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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간 경쟁관계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맞수라면 롯데-해태, 남양유업-매일유업, 제일제당-대상 정도의 식품업계가 꼽혔는데 기업들이 첨단.미래산업에 뛰어들면서 신(新)라이벌이 되거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쟁관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동양제과와 제일제당은 영상산업계 정상을 놓고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그전에는 두 회사가 부닥칠 일이 별로 없었다. 동양제과는 과자, 제일제당은 조미료.설탕 등이 주력상품이었다. 그런데 1994년 동양제과가 케이블TV사업에, 제일제당이 95년 영상산업에 각각 진출하면서 라이벌로 돌변했다.

동양제과는 최근 영화채널 캐치원을 인수해 기존 투니버스(만화).OCN(영화).바둑TV와 함께 케이블TV 채널을 4개로 늘렸고 통합방송 브랜드로 '온미디어' 를 출범시켰다. 동양은 게임채널까지 만들 계획이다. 제일제당은 음악전문 케이블 m-net를 인수하면서 동양 추격전에 나섰다.

두 회사가 첨예하게 맞붙은 분야는 극장업. 동양제과는 지난해 6개 스크린을 갖춘 서울 강남 씨네하우스를 인수한 데 이어 삼성동 아셈빌딩에 16개 스크린의 메가플렉스(복합상영관)와 대구에 10개 스크린의 멀티플렉스를 신축할 계획이다. 동양은 2002년까지 스크린을 2백여개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빌딩의 복합상영관(11개 스크린)을 운영 중인 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인천에 16개 스크린을 갖춘 복합상영관을 열었다. 제일제당은 올해안에 분당(18개 스크린).부산(12개) 등지에 복합상영관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극장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현금장사라는 점 때문이다. 스크린만 확보되면 영화제작사와 수입을 절반씩 나눠가질 수 있어 자금흐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케이블TV는 동양이, 영화 사업은 제일제당이 한발 앞서 있는 가운데 영상산업의 최강자를 노리는 두 회사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동원산업과 오뚜기는 공격경영을 하면서 사사건건 부닥치는 신라이벌이다. 96년 오뚜기가 동원산업의 텃밭인 참치캔 시장에 뛰어들어 단숨에 사조산업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자 둘 사이에 틈이 생겼다. 더구나 오뚜기가 기름기 적은 프레시 참치캔으로 인기몰이에 나서자 동원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아 제품모방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뒤 동원은 오뚜기의 주력인 케첩.마요네즈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고, 오뚜기가 농심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는 라면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에는 동원이 오뚜기의 튀김가루 포장 디자인을 베꼈다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풀무원과 청정원도 새로운 맞수로 등장했다. 풀무원이 자연.건강.환경보호에 친숙한 이미지로 식품시장을 주도하자, 대상은 옛 미원 대신 청정원이란 브랜드로 육수.케첩.레토르트.장류.식초 등을 내놓으면서 도전장을 냈다.

우유업계에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벌이던 오랜 맞수경쟁과 달리 서울우유와 축협이 새 라이벌로 떠올랐다.

서울우유는 축협의 산하조합으로 서울.경기지역의 집유권을 갖고 우유시장의 절반을 차지해왔다. 여기에 축협이 중앙회 차원에서 11개 조합을 묶어 전주.청주.대구.강원지역을 단일화한데 이어 서울우유의 아성인 수도권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장남이 하는 사업에 아버지가 뛰어들어 라이벌이 된 모습" 이라고 비유했다.

제과업에서는 파리크라상과 뚜레쥬르가 신흥 라이벌 브랜드로 부상했다.

크라운베이커리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 파리크라상은 최근 이 사업에 뛰어든 제일제당의 뚜레쥬르를 더 견제하고 있다. 스낵 시장에서는 포테이토칩을 내세운 농심과 포카칩의 동양제과가,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와 P&G가 뜨거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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