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상가 경쟁입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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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 소유의 지하상가 임대 방식이 개별점포 수의계약에서 단위상가별 경쟁입찰로 변경된다. 지금은 서울시와 수의계약을 하고 지하상가의 점포를 빌려 장사를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운영권을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론 서울시가 전체 지하상가의 운영권을 법인에 넘기면 이 법인이 개별 점포를 다시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기존 지하상가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유재산인 지하상가의 임대차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기관인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명동 등 지하상가 29곳(점포 2783곳)은 ‘단위상가별’로 경쟁입찰로 운영권을 주기로 했다. 운영권을 낙찰받은 업체는 일반 상인을 대상으로 개별 점포를 5년간 임대하게 된다. 또 입주한 상인이 권리금을 받고 점포 운영권을 넘기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정인준 사업운영본부장은 “기존 상인들이 공유재산인 지하상가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속 독점하면서 권리금을 얹어 넘기기도 했다”며 “일반 시민도 공평하게 지하상가 점포를 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조례 개정안을 다음 달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하상가 상인들은 “우리 돈으로 만든 상가를 서울시가 가로채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여 년 전 방공호로 쓸 목적으로 상인들에게 보증금을 걷어 지하상가를 건축한 만큼 기득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개별 점포가 아닌 단위상가를 통째로 경쟁입찰에 부칠 경우 유통대기업이 지하상가 상권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국지하도상가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은 “명동·회현동 등 대형 백화점에 바로 연결되는 지하상가는 대기업들이 호시탐탐 노려왔다”며 “지하상가의 운영권을 개별 상인이 아닌 법인에 통째로 준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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