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프니 모텔로 오라 환전상 불러 2억 뺏고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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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27일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환전상 여주인을 살해한 용의자는 40대 중국 동포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7일 오후 1~3시쯤 관악구 신림동의 한 모텔에서 강모(52·여)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중국 동포 전모(47)씨를 쫓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관악구에서 중국인 등을 상대로 환전상을 운영해온 강씨는 27일 전씨로부터 “환전을 하고 싶은데 다리가 불편하니 직접 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2억원으로 추정되는 현금을 들고 모텔 객실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이날 오전 11시38분쯤 모텔에 들어간 뒤 곧 어디론가 나갔다. 오후 1시28분쯤 강씨와 함께 다시 모텔 객실로 들어간 전씨는 오후 3시25분 혼자 가방을 들고 모텔 밖으로 나섰다.

이 모든 장면은 폐쇄회로TV(CCTV)에 담겼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씨가 이 사이에 강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동포로 한국인 남편과 재혼한 뒤 귀화한 강씨는 발견 당시 머리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 상태로 객실 안 욕실 입구에 누워 있었다.

 전씨는 범행 직후 인천공항을 통해 오후 9시45분발 중국 다롄(大連)행 항공기로 출국했다. 출국 직전 전씨는 공항에서 딸(24)과 만나 “나중에 연락하면 송금해달라”며 현금 1억8000만원을 전해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강씨 가족은 “환전하려는 고객이 있다”며 나간 강씨가 돌아오지 않자 27일 오후 6시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한 달 전 강씨와 2억여원가량의 환전 거래를 한 일이 있는 전씨가 사건 당일 출국했고, 출국 직전 딸에게 현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하고 전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대로 인터폴과 재중 경찰 주재관을 통해 전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신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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