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에 안 묶여있는 서울 강북, 지방 세금 늘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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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7년부터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기기로 한 것은 부동산 처분으로 얻는 이익을 최대한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여준 것이다. 투기를 없애기 위해 단계적으로 실거래가 과세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5.4 부동산대책'을 구체화한 것이기도 하다.

양도세는 그동안 투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과세됨으로써 고가의 부동산을 팔아 큰 이익을 챙긴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실거래가 과세 입법을 추진하는 내년 말은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여서 세법 개정안이 정부 뜻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제 개혁 가속화=양도세를 무겁게 물리면 부동산의 취득(취득.등록세), 개발(기반시설부담금 등), 보유(재산세.종합부동산세) 단계뿐 아니라 처분 단계에서도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투기로 인한 이익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환수한다면 투기에 대한 유혹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주택시장에서 생기는 모든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고 밝혀 이 같은 정책 방향을 예고했다.

양도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기는 것은 현재 투기지역에 한해 시행되고 있으나 정부는 5.4 대책에서 이를 내년부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즉 1세대 2주택자의 살고 있지 않은 집과 외지인이 소유한 농지.임야.나대지를 파는 경우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실거래가 과세를 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진다. 내년 1월부터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또 정부는 실거래가를 허위 신고한 사람을 가려내는 검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개인과 중개업자가 인터넷으로 검인 신청을 할 수 있는 '전자검인시스템'과 검인가격이 진짜 실거래가인지 확인하는 '실거래가 자동 검증 시스템'을 지난해 말 개발했으며, 8월 말까지 전국 시.군.구청에 깔아 직원 활용 교육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투기지역 부동산 타격=양도세율을 낮추지 않고 실거래가로 과세하면 세 부담은 당연히 늘어난다. 양도세 과세기준인 기준시가는 실거래가의 50~8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도세를 기준시가나 공시지가로 내온 서울 강북권.수도권.지방 등 비(非) 투기지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큰 지방 개발 예정지 주변의 토지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우진 세무사는 "이들 지역에선 양도세 실거래가 전면 시행 이전에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매물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철현 세무사는 "하지만 지방에서 땅을 오래 보유한 원주민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시행 과정에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서울 강남권은 파장이 크지 않을 것 같다. 토지.주택 부문이 대부분 투기지역으로 묶여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투명과세 차원에서 양도세 실거래가 부과는 바람직하나 실수요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허귀식.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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