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고혈압·고지혈증 증상 없다고 방치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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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심장, 건강한 삶

류재춘 내과의원
류재춘 원장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2년 전에 진단받은 68세 남자환자는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를 하지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발생한 가슴통증과 의식소실로 병원을 내원하였다. 검사결과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세혈관 모두가 심하게 좁아져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 받았고, 좁아진 뇌에 경동맥은 스텐트라는 그물망을 삽입 확장하였다. 이러한 환자처럼 심혈관계 질환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같이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위험인자들 때문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고혈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며 또한 고혈압 환자의 80%가 1가지 이상의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어 혈압관리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뇌졸중, 허혈성심질환은 115/75mmHg이상에서 수축기 혈압이 20mmHg, 확장기 혈압이 10mmHg 증가할 때마다 2 배씩 증가되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계질환이 조기에 일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목표혈압을 수축기는 140 mmHg미만 이완기 혈압은 90 mmHg 미만으로 정의하여 치료할 때, 놀랍게도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약 50%정도의 환자만이 목표혈압에 도달하고 있다.

또한 고혈압 치료율은 50%정도이며 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고혈압이 방치된 질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는 고혈압 환자 대부분이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병원을 잘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며 약을 복용하면서도 목표혈압을 잘 유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심각한 합병증을 막기 위해 고혈압약은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자자신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의 순응도이다. 한 보고에 의하면 1년간 고혈압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 50%정도가 2년 내에 약물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환자에게 고혈압 약물치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잘못된 상식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절실한 실정이다. 약제마다 강압효과는 비슷하나 혈압강하이외도 이로운 효과를 보이는 약제와 동반 질환을 고려하여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권고된다.

고혈압뿐만 아니라 고지혈증도 동맥경화 유발에 매우 중요한 위험요인이며, 이 역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고지혈증을 방치하다가 심각한 허혈성 심질환이나 뇌졸중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를 흔히 본다. 반면에 철저한 고지혈증 관리로 놀라운 치료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

56세 여자 환자가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고지혈증과 빠르게 걸으면 발생된 가슴통증으로 내원 하였다. 검사결과, 좌측관상동맥에 50%정도의 협착이 있어 고지혈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한 결과 3년 후 다시 시행한 심혈관 CT에서 협착이 30%로 호전되고 흉통도 소실되었다. 이처럼 고지혈증도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막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진행된 동맥경화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일차예방이 발생 후에 치료하는 이차예방 보다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며,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 요법을 통해 예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전 국민 모두가 방치된 고혈압과 고지혈증 관리에 관심을 가진다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류재춘 내과의원 류재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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