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고향서 ‘대역전 드라마’ … 김태호, 유시민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27일 밤 당선이 확정된 뒤 김해시 장유면 선거사무실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김태호가 유시민을 이기고 돌아왔다. ‘40대 국무총리’ 문턱까지 갔다가 지난해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김태호(49) 후보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사람은 야권의 여론지지율 1위 주자였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였다. 정치권에선 “대역전 드라마”란 말도 나왔다.

 선거 초반엔 한나라당에서조차 김태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가 드물었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영남지역이지만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데다 친노 세력이 강세를 보여온 곳이다. 그래서 앞선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거푸 당선됐었다. 이번에도 선거 초반에는 이봉수 후보가 김 후보를 오차범위 바깥에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곤 했었다.

 게다가 유시민 대표가 한 달 가까이 김해에 상주하면서 이 후보를 도왔다. 친노 세력의 좌장 격인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도 측면 지원에 나섰고, 여기에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까지 연대했다. 이번 선거가 최철국 전 민주당 의원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해 치러지는 선거였던 만큼 총리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회장과 관련한 거짓말이 드러나 자진 사퇴한 김 후보에겐 더욱 승리하기가 어려운 곳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이 같은 어려움을 확성기와 여당 의원,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없는 ‘3무(無) 운동’으로 극복했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선거 지원을 거부하며 ‘나 홀로 선거 운동’의 위력을 재확인시켰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난해 서울 은평을 7·28 재·보궐 선거에서 효과를 거둔 운동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야당이 강조하는 ‘정권심판론’을 피하고 인물론을 부각시키는 데 유용했다. 또 과거 경남지사를 지냈던 경력을 바탕으로 “김해의 일꾼으로 일하겠다”는 지역발전론과 “반성하고 있으니 기회를 달라”는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의 언 마음을 녹였다.

 이번 승리로 김 후보는 “개인의 명예회복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유시민과 야권연대의 허실을 드러내게 했다”(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는 평을 듣게 됐다. 또 김 후보는 그동안 써온 불패신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는 최근 12년간 경남지역에서 치른 여덟 번의 선거(도의원·군수·도지사 본선과 경선 포함)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의 국회 입성은 향후 그의 정치적 가능성을 다시 타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자마자 친이명박계의 잠재적 대권주자 후보로 떠올랐었다. 김 후보는 과거 국회의원 보좌관, 도의원·군수·도지사를 거쳤지만 국회의원은 처음 당선됐다.

 김 후보는 승리가 확정된 뒤 “경남의 아들로서, 김해 일꾼으로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1년을 4년 같이 죽을 각오로 일하겠다.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며 이렇게 하지 않고선 한나라당도 정부도 미래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61년

[現] 국민참여당 주권당원
[前] 보건복지부 장관

1959년

[前] 노무현대통령 농업특보
[前] 한국마사회 부회장

1956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