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존재이유 보여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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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오른쪽)이 샬케04의 수비수 우치다 아쓰토와 볼을 따내기 위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겔젠키르헨 AFP=연합뉴스]


박지성은 단순한 ‘수비형 윙어(winger)’가 아니었다. 그의 공격 본능은 매섭게 살아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박지성(30)이 27일(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의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샬케04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라이언 긱스와 웨인 루니의 연속 골로 원정경기를 따낸 맨유는 다음 달 4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을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수비형 윙어’. 잉글랜드 언론이 박지성을 설명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다른 윙어들처럼 많은 득점을 올리진 못하지만 수비에서 제 몫을 다하는 박지성의 플레이 스타일을 설명하는 말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잉글랜드 언론은 그의 수비 능력에 주목했다. 샬케04의 양측 미드필더인 호세 마누엘 후라도와 헤페르손 파르판을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파르판은 네덜란드(PSV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이기 때문에 그를 잘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박지성은 쉬지 않고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날 박지성의 활약을 설명하기엔 부족했다. 수비는 물론 날카로운 공격력도 빛났다. 박지성은 전반 6분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수비수 두 명을 가볍게 따돌린 후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렸다. 상대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는 가까스로 막아냈다. 14분에는 페널티 지역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팀 동료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향해 절묘한 스루패스를 연결해 골키퍼와 1-1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에르난데스의 슈팅은 아쉽게도 또다시 노이어의 선방에 걸렸다.

 결정적인 기회를 잡기도 했다. 박지성은 전반 36분 에르난데스가 때린 슛이 노이어의 손을 맞고 흘러나오자 강력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샬케04의 일본 선수인 우치다 아쓰토가 몸을 던져 가까스로 막아냈다. 우치다가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슈팅이었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67분과 69분 연속 골이 터지며 승기를 잡자 박지성을 폴 스콜스와 교체했다. 영국 스포츠채널 스카이스포츠의 그레이엄 수네스 해설위원은 “주말에 있을 아스널전 준비를 위한 선수교체”라고 설명했다. 박지성을 강팀과의 경기에 쓰기 위해 감독이 아낄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으며 팀 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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