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추세선 잘 활용하면 성공 투자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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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회고록 두 번째 이야기에서 ‘패턴’을 강조했다. 지금이 인플레이션 구간이냐, 디플레이션 구간이냐를 먼저 인식하고 패턴을 봐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세 번째는 세 가지 보물(패턴, 추세, 상대강도) 중 ‘추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상승 추세는 시세의 저점과 저점을 연결했을 때 우상향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락 추세는 시세의 고점과 고점을 연결했을 때 우하향하는 경우다.

 주가가 오를 때는 올라가는 주식을 언제 싸게 사야 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따라서 저점과 저점을 연결해서 만든 추세선 하단까지 시세가 내려왔을 때 주식을 사면 된다.

 주가가 내려갈 때는 정반대다. 고점과 고점을 연결해 하락 추세선을 긋는 이유는 직전 고점에서 팔지 못한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주가가 올라올 때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반듯하게 상승 추세선과 하락 추세선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를 바닥에서 매수하지 못한 투자자는 매수시점을 잡기 위해 저점을 연결한 상승 추세선을 그어 본다. 이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 추세 지지선까지 떨어져 주기만을 기다린다. 운이 좋아서 지지선까지 떨어졌다 치자.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긴다. 아마도 삼성전자를 몇 년 동안 보유할 투자자가 아니라 매매를 통해 돈을 벌려는 사람 대부분이 상승 추세 지지선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극소수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상승 추세 지지선을 보고 있다면 그때부터 속임수가 속출한다. 상승 추세 지지선에서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더 내려간다면 공포심을 이기지 못해 주식을 파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시점을 바닥으로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지지선을 일시적으로 이탈했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 지지선을 믿고 있던 많은 투자자의 심리를 ‘패닉 상태’로 몰아가면서 오히려 시세는 더 강하게 뻗어간다. 하락 추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락 추세선을 일시적으로 돌파한 후에 오히려 더 강하게 조정받는 경우가 많다.

 추세선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 실전에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 그들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 상승 추세에서는 언제 단기적으로 비싸게 주식을 한번 팔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승 추세에서는 저점을 연결한 상승 추세 지지선을 보조지표로 참고하고, 오히려 고점을 연결한 추세선으로 단기 고점을 잡아내는 것이 좋다.

 하락 추세에서도 고점을 연결한 하락 추세선은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하락 추세 저점을 연결해서 언제 주식을 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추세선을 대중의 생각과 반대로 잘 이용하면 매매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읽고, 재무제표와 재무비율을 스스로 분석하며, 시중에 나와 있는 서적을 통해 지식을 쌓아나가면 기본적 분석 실력은 그에 비례해 좋아진다. 그러나 기술적 분석은 확률이 낮은 어려운 길이다. 다만 투자자 스스로 소수의 유리한 게임을 읽을 수 있는 원칙을 찾는다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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