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동 치료, 동영상 보고 배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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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열 다섯 살 지은(가명)이는 지적장애 1급이다. 의사소통이나 인지 수준이 서너 살 정도다. 지은이는 사람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버릇이 있었다. “밥 먹었니”라고 물으면 “밥 먹었니”라고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작업치료학과 정보인(66·사진) 명예교수를 만나기 전까지 그랬다.

 정 교수는 지은이에게 응용행동분석 치료를 시작했다. 문제행동을 분석해 조금씩 고쳐나가도록 훈련시켰다. 토큰 스무 개를 주고 지은이에게 “토큰 주세요”라고 요구했다. 지은이가 토큰을 주면 과자나 음료수를 상으로 줬다. 질문을 따라 하면 토큰을 빼앗았다. 치료는 하루에 15분씩 4~5회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두 개의 단어로 된 문장만 던졌지만 점차 단어 수를 늘렸다. 20일쯤이 지나자 지은이는 특별한 주제 없이도 15~20분 간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

 지난해 8월 연세대를 정년퇴임한 정 교수는 20년 간 제자들과 함께 지은이 같은 장애 아동을 치료한 사례를 담은 ‘중증 장애 아동 치료 사례집-동영상으로 보는 응용행동분석 치료’ 책과 DVD를 최근 출간했다. 국내에서 발달장애아동 치료 동영상이 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교수는 “벽에 머리를 박거나 음식 먹기를 거부하는 등 자해 행동을 하는 아동은 4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며 “국내에는 전문치료실이나 치료사가 많지 않아 치료 받을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중증 장애 아동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전문치료시설은 국내에 한 곳뿐이다. 2007년 정 교수가 삼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자해행동치료실’이 유일하다.

  정 교수는 “장애아동들이 행동을 고치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치료법을 쉽게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1982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에서 특수교육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수(포스트닥)’를 받고 87년 응용행동분석치료법을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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