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가 선원 20명 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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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 한때 피랍됐던 한진텐진호.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한진텐진호(7만5000t급)가 21일 인도양에서 납치를 노린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았으나 선원들이 긴급피난처(Citadel)로 피해 위기를 모면했다.

 한진텐진호는 이날 오전 5시15분쯤(한국시간) 본사로 ‘구조 신호’를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됐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진텐진호를 납치하기 위해 선박까지 올라갔으나 선원들이 선박 내 긴급피난처로 대피하자 우리 군의 작전을 우려해 배를 포기하고 도망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격실인 긴급피난처가 선원들을 살렸다는 얘기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청해부대 최영함의 특수전여단(UDT/SEAL) 대원들이 이날 오후 6시33분 한진텐진호에 진입한 후 피난처를 확인한 결과 한국인 선원 14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6명 모두 안전한 것을 확인했다”며 “배 위에서는 해적들의 것으로 보이는 AK-소총 실탄 3발과 맨발 자국 등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한진텐진호는 이날 오전 스페인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싱가포르로 운항하던 중 인도양 스코트라섬 동쪽 402㎞ 수역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사고 접수 후 오만 살랄라항 남쪽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 최영함(4500t)이 출동해 21일 오후 4시30분 한진텐진호 인접 수역까지 근접했다. 합참 관계자는 “앞서 터키 군함의 도움으로 상황을 파악했고, 작전을 해도 우리 선원들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고 판단해 선박 진입작전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김수정·권호 기자

◆긴급피난처(Citadel·성채)=위급상황시 선원들이 숨는 밀폐 공간. 강철로 만들었다. 잠금장치, 통신장비, 3일치 식음료 등을 갖추도록 돼 있다. 외부에서 못 열도록 내부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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