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품 길라잡이] ETF는 해외 주식·상품 투자할 때 큰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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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원자재(Commodity)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금과 원유·농산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많이 오르긴 했지만 가격의 지속적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로저스의 말을 믿고 이들 상품에 투자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을 고르면 될까. 관련 주식을 직접 살 수도 있고 이들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다. 소액으로도 여러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주식 거래의 편리함도 갖춘 것이 ETF 투자의 매력이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주식을 매매하던 기존 계좌에서 시장 거래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다. 따라서 장기투자뿐만 아니라 당일 매수한 뒤 당일 매도해 단기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주식을 팔 때는 0.3%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ETF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펀드를 사거나 환매할 때는 종가로만 할 수 있지만 ETF는 주식처럼 장중 저점에 매수하고 고점에 매도할 수 있다. 해외펀드의 경우 환매 신청을 한 뒤 돈을 찾으려면 열흘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ETF는 이틀이면 돈을 찾을 수 있어 편리한 점이 많다.

 투자 판단을 할 때도 ETF는 유리한 점이 많다. ETF에 편입되는 종목은 사전에 정해져 있고 모든 투자자가 알 수 있도록 공개된다. 그런 만큼 시장 상황이 좋은데도 펀드매니저가 운용을 잘못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농산물 시장이나 원유 시장 등 시장 전체의 흐름에 대해 판단하면 된다. 짐 로저스의 말대로 원자재 시장이 좋아진다면 이들에 투자하는 ETF를 시장에서 사면 된다.

 현재 거래소에는 원유와 금·구리·콩 등 상품에 투자하는 ETF를 포함해 86개의 ETF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종목 수나 거래대금에서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ETF 투자는 더욱 편리해지고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ETF가 최선의 선택이 아닌 경우도 있다. ETF는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발굴해 운용하는 펀드가 아니다. 시장을 따라갈 수 있는 종목을 미리 정해 놓고 그대로 운용하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거두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주가지수 상승률보다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려면 ETF보다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낫다. 국내 주식시장보다는 해외 주식시장이나 상품시장에 투자하려고 할 때 ETF 투자의 매력이 더 크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원유와 금·구리·콩 등의 ETF를 통해 짐 로저스의 투자 아이디어를 실현해보는 건 어떨까.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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