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날 장편소설 낸 쌍둥이 자매 장은진·김희진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장편소설을 나란히 출간한 쌍둥이 자매 소설가 김희진(왼쪽)씨와 장은진(본명은 김은진)씨. 언니인 장씨는 동생과 구분하기 위해 데뷔 때부터 가명을 써왔다. [연합뉴스]


쌍둥이 자매 소설가 장은진·김희진(35)씨가 나란히 장편소설을 냈다. 30분 먼저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의 언니, 장씨의 소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전기와 물만 먹고 사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동생 김씨의 작품 『옷의 시간들』은 빨래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부터 4개월 간 소설을 인터넷에 연재했다. 이번에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나란히 책으로 묶었다.

 우리 문단에서 소설가 가족은 드물지 않다. 형제 소설가로는 김원일·김원우씨가 있다. 이제하·윤이형씨는 부녀지간이다. 김도언·김숨씨는 부부다. 자매 작가로는 김지원·김채원씨가 있다. 하지만 쌍둥이 작가는 장씨와 김씨가 처음이다. 게다가 나란히 책을 낸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거란 말이 나온다.

 20일 그들과 마주 앉았다. 둘 다 광주광역시에서 상경한 직후였다. 김씨는 “똑같은 복제인간이 소설만 다른 것을 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장환경과 사고방식은 물론 남자에 대한 취향도 두 사람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꿈도 비슷한 꿈을 꾼다고 했다.

 둘의 소설은 어떻게 다른 걸까. 장씨는 “희진이 소설은 에피소드가 신선하고 대사도 유머러스하다. 생각도 나보다 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김씨가 “은진이 소설은 내 소설보다 단정한 느낌이다. 잘 정돈돼 있고 문장도 맛깔스럽다”라고 받았다.

 둘의 ‘덕담 모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장씨가 “잠은 같은 방에서 자지만 작업할 때는 방해 받지 않기 위해 희진이는 거실에서, 나는 방에서 소설을 쓴다”고 했다. 그러자 김씨는 “은진이가 워낙 컴퓨터 자판을 세게 쳐 소리가 다 들린다”고 했다.

 장씨는 전남대에서 지리학을, 김씨는 목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김씨가 단편소설을 써서 제출하는 전공과목을 수강한 게 계기가 돼 나란히 소설가가 됐다. 소설을 쓰는 자신을 바라보는 장씨의 시선이 못마땅했던 김씨가 장씨를 부추겨 소설을 쓰게 했다. 등단은 장씨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먼저 했다. 나중에 동생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 성을 바꿔 가명을 썼다. 김씨는 2007년 세계일보로 등단했다. 둘 다 미혼이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