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고 부호 페레로가 장남 돌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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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탈리아 최고 부자인 페레로 가문의 장남 피에트로 페레로(Pietro Ferrero·48·사진)가 1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의문의 돌연사를 했다.

피에트로는 두 살 아래 동생 지오반니와 더불어 세계 3대 초콜릿 업체인 페레로의 공동 최고경영자(CEO)다. 이 회사의 대변인은 “해안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숨을 거뒀다”며 “심장마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 공장 개설과 관련해 출장 중이었다.

 누텔라(스프레드)·페레로 로쉐·킨더 등의 초콜릿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페레로 집안의 재산은 180억 달러(약 20조원)로 이탈리아 1위다. 피에트로의 부친 미켈레(85)는 경제잡지 포브스의 세계 부호 순위 32위에 올라있다. 이탈리아의 셋째 부자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재산은 그 절반쯤이다. 한국에서는 발렌타인 데이와 대입 수능시험 때의 선물로 많이 주고받는 페레로 로쉐 초콜릿이 바로 이 집안에서 만드는 제품이다. 지난해 이 제품만 한국에서 500억원 어치가 팔렸다.

 페레로는 3대째 철저한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프레드인 누텔라의 제조 비법은 가족밖에 모른다. 그래서 피에트로의 급사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페레로가의 초콜릿 사업은 피에트로와 이름이 같은 조부에 의해 시작됐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대 초 빵이나 과자에 발라 먹는 초콜릿 잼인 누텔라를 개발했다. 당시 전쟁으로 카카오 수급이 원활치 않자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개암(헤이즐넛)을 섞은 스프레드를 개발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끊기가 힘들 정도여서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이유로 ‘악마의 잼’이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에 18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는 페레로는 지난해 66억 유로(약 10조원)의 매출에 9억 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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