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단추를 이용한 액세서리 누구나 만들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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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우노 초이(54·본명 최은생·사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거주하는 액세서리 디자이너다. 2년 전까지는 오래된 액세서리의 보석들을 재조합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액세서리를 만드는 게 주요 작업이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는 보석 대신 단추를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크고 작은 중고 단추들을 접착제를 이용해 샌드위치처럼 겹치고 쌓은 후 가죽 밴드 또는 자석과 연결해 팔찌·브로치 등을 만든다. 정규 디자인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가 만든 단추 액세서리들은 로스앤젤레스(LA)와 홍콩·한국의 빈티지 제품 매니어와 컬렉터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단추 액세서리 디자이너는 더러 있지만 중고 단추만 사용하는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그의 팬이 많은 이유 중에는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1980~90년대에 LA 패션 쇼 무대에서 활동했던 모델 경력도 한몫한다. 패션을 보는 남다른 안목이 독특한 액세서리 디자인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는 20~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브리지 갤러리에서 ‘럭키 버튼(Lucky Button on the Box)’이라는 전시회를 한다. 전시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최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만났다.

색깔, 모양이 다른 여러 개의 단추를 겹치고 쌓아 만든 브로치. 단추의 색감과 질감의 조화를 잘 살리는게 디자이너의 몫이다.

-단추를 이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2009년부터다. 새 옷을 사면 내 맘대로 고쳐 입는 걸 좋아하는데 그중 하나가 단추 바꿔 달기였다. 벼룩시장에서 맘에 드는 단추들을 사서 이 옷 저 옷에 붙여보다가 이걸로 액세서리를 만들어도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보니 평범한 단추들은 아닌 것 같다.

“만들어진 지 50년 이상 된 중고 단추들이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오래된 단추일수록 장인들이 직접 뿔을 깎아 만든 수공예 제품인 경우가 많다. 공산품이라도 좋은 소재에 만들어진 지 오래된 제품은 역시 귀해 희소가치가 높다.”

-재료를 구입하는 경로는.

“미국에는 중고 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이 많고 박람회도 수시로 열린다. 이곳들을 직접 찾아가 수백, 수천 개의 단추 중 맘에 드는 것들을 골라 사온다. 이탈리아·헝가리 등 미국 이외 나라들에서 생산된 것들은 중고 단추를 모으는 수집가 또는 판매 중개인을 통해 구입한다.”

-보석보다 단추가 좋은 이유는.

“단추는 보석보다 색과 모양이 훨씬 다양하고 값도 싸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누구라도 나만의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는 다루기 쉬운 친숙한 소재라는 점도 매력이다. 시중에서 파는 싸구려 브로치에서 장식 부분을 떼어내고 대신 알록달록한 단추만 붙여도 나만의 멋진 액세서리가 된다. 보석은 처음부터 스타로 태어난다. 반대로 단추는 태생이 조연이다. 그런데 나처럼 단추를 귀히 여기는 사람을 만나면 그때부턴 단추도 스타가 된다. 이번 전시회 이름이 ‘행운의 단추(럭키 버튼)’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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