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초보자 오만이 초래한 대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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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1939년 겨울, 겉으로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던 소련이 약소국인 핀란드로 전격 침공했을 때 그 결과를 의심했던 사람은 없었다. 독일 나치 기갑사단에 철저하게 유린당했던 폴란드처럼 핀란드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항복할 게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핀란드군은 엄청나게 우세한 전력을 보유한 소련군을 상대로 겨울 내내 처절한 방어전을 펼치면서 염치없는 30만 명의 침략자를 사상자로 만들었다.

 소련군이 고전했던 가장 큰 원인은 무지(無知)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고통치권자인 스탈린부터 말단 장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전쟁에는 ‘초보자’였다. 군부를 극도로 의심했던 스탈린은 경험 많은 장교를 모조리 숙청해 버렸다. 그 결과 지휘부에는 군사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골수 공산주의자만 득실댔다.

 무엇보다 소련군이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겨울이 닥쳐올 11월에 침공하는 엄청난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시 핀란드에서는 겨울에 눈이 한번 제대로 내리면 부대가 이동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눈에 발이 묶인 소련군 전차는 핀란드군이 던진 화염병의 밥이 됐다. 핀란드는 군대나 무기 등 물량에서 현격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탓에 소련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지만 폴란드처럼 전 국토가 적군에 유린당하는 비극은 면할 수 있었다.

 투자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기술적 분석에 대한 몇 권의 책만 읽으면 프로 투자자 못지않게 매매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전제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른바 ‘주식 투자의 고수’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어 그 사람이 찍어주는 종목을 매매하면 충분하다고 여긴다면 이 또한 일생일대의 실수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초보 주식 투자자를 오만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많다. 초기 투자의 작은 성공이나 책에서 얻은 새로운 지식은 초보자가 ‘나도 전문 투자자처럼 매매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러한 오만은 결국 처음에는 생각지 않았던 투기적 매매로 이어지고 결국 참극으로 마감된다. 초보 투자자가 미지의 투자 세계로 발을 들여놓기 전에 자신이 가는 길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의 세계에는 준비하지 않았던 의외의 경우를 당하는 일이 많은 법이기 때문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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