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광폭발 순간, 에너지 100만배 밝기는 1000만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순욱(左), 김정숙(右)

블랙홀의 광(光) 폭발 순간이 국내 우주전파 망원경에 잡혔다.

 한국천문연구원 국제천체물리센터의 김순욱·김정숙 박사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파망원경으로 백조자리 블랙홀(X-3)의 광 폭발을 관측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X-3의 광 폭발이 처음 관측된 지난달 25일에는 블랙홀의 밝기가 순식간에 평상시의 1000만 배 이상이 됐다. 이때 방출된 에너지도 태양의 순간 에너지의 100만 배 가까이 분출됐다. 이후 며칠 만에 빛이 사라지며 블랙홀은 다시 암흑으로 돌아갔다.

 광 폭발 순간은 맨눈으로는 볼 수 없으며 블랙홀에서 발산하는 전파의 강도로 확인할 수 있다. X-3 블랙홀의 광 폭발은 수 년~수십 년 만에 한 번씩 일어난다. 폭발 때에는 블랙홀 주변의 원반이 밝아지면서 동시에 기둥 형태의 빛(제트)이 형성된다. X-3 블랙홀은 평상시에는 지구로부터 3만 광년 떨어져 있고, 질량이 태양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신호가 약해 전파망원경에 걸리지 않는다. 이번처럼 광 폭발 등으로 전파 강도가 강해졌을 때만 지상의 전파망원경에 신호가 나타난다.

 국내 연구진은 X-3의 광 폭발을 22G㎐, 43G㎐ 등 두 종류의 전파로 동시에 잡았다. 다른 나라 천문대에서 22G㎐로 포착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두 가지 전파로 동시에 잡은 적은 없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