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유달리 타격 강해진 수비의 달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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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손시헌(左), 이대수(右)

야구에서 가장 수비가 중시되는 포지션은 유격수다. 내야 땅볼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오른손 타자 타구의 대부분이 2루와 3루 사이로 향하고, 왼손 타자들도 밀어치기에 능해지면서 타구가 점차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야 중계플레이 역시 대체로 유격수를 거친다. 유격수는 수비만 잘해 줘도 ‘밥값’을 하는 셈이다. 역대 포지션별 한 시즌 3할 타율과 20홈런 이상 타자수를 비교해도 유격수는 최하위권에 머문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에서는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들이 넘쳐나고 있다. 18일 현재 타격 부문 순위표 윗자리를 유격수들이 점령했다. 두산 손시헌이 타율(0.421)과 출루율(0.500) 1위, 한화 이대수가 홈런 단독 1위(4개)에 올라 있다. KIA 김선빈은 도루 2위(6개), 타점 3위(11개), 타율 4위(0.370) 등 고르게 상위권에 포진했다. 넥센 강정호는 팀 내 4번타자를 맡아 타율 0.306을 기록 중이고 LG 오지환도 0.320의 타율로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공격형 유격수는 아니었다. 비교적 작은 체구인 김선빈(1m65㎝·70㎏), 손시헌(1m72㎝·73㎏), 이대수(1m75㎝·70㎏)는 지난해까지 한 번도 타율 3할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겨울 저마다 집중적인 타격 훈련을 통해 시즌 초반 소기의 성과를 얻고 있다. 이대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해 장타력을 키웠고 국가대표 유격수 손시헌은 처음으로 수비보다 타격 훈련을 우선시했던 결실을 보고 있다. 현역 최단신 김선빈은 왼발을 들어 임팩트를 강화하는 타격폼을 완성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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