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명반 시리즈1-엘가의 첼로 협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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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을 만한 '밀레니엄 명반'을 매주 한 장씩 소개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해 한 작품에 한 장식 소장가치가 높은 음반으로 엄선할 계획이다.

세계적 권위의 음반전문지 '그라모폰'이 최근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레코딩 톱10중 2위에 오른 것은 영국 출신의 여류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와 존 바비롤리 지휘의 런던심포니가 65년 녹음한 에드워드 엘가의 '첼로 협주곡 e단조 작품 85'(EMI)다.

86년 CD로 다시 선보인 이 음반은 뒤프레가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자랑하는 1712년산 스트라디바리 '다비도프'첼로로 빚어낸 엘가 협주곡의 금자탑이다.

'위풍당당 행진곡'의 작곡자로 치부됐던 엘가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린 음반인 동시에 1987년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프레의 출세작이다.

70년 남편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의 실황 녹음도 있지만 역시 65년 녹음이 명반이다 '바비롤리.재키.다비도프의 절묘한 조화'라고나 할까.

음표 하나 하나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면서도 마치 대하 드라마처럼 전악장의 거시 구조를 꿰뚫는 뒤프레의 안목이 음반 곳곳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 못지 않게 온몸을 불사르듯 처절한 표현과 뉘앙스에서 거장작 풍모마저 느끼게 한다.

높은 음역의 절규(1악장)에 이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음색과 노래(3악장)가 대조를 이루면서 첼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담아낸다.

지휘자.오케스트라.협연자가 주고받는 음악적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음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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