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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없는 선진 한국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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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현
주(駐) 오스트리아 대사 겸 IAEA 담당
빈 국제기구대표부 대사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서울에 내린 봄비에 방사능 냄새가 난다는 과장된 우려 속에 국가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의 원전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전체 전력의 75%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최대 전력 수출국인 프랑스의 행보는 눈길을 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많은 원자력 전문가와 장비를 일본에 지원한 데 이어 일본을 전격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원전 안전성 확보에 있어 프랑스의 역량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향후 국제 원전산업을 주도하고자 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고를 오히려 국익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가 세계 10위면서 전체 에너지 소요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원자력이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36%를 공급하면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가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을 포기하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다. 원자력의 발전 단가는 kWh당 40원 정도로 석탄·가스보다 저렴하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어서 기후변화 시대에 적합한 에너지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뿐 아니라 해외 원전 시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60여 개 국가가 원전 도입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2030년까지 20여 개국이 신규 원전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건설이 계획된 원전은 158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의 원전 운영국이다. 원전 건설과 설비 제조는 물론 원전 운영 기술 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건설 수주가 그 결과다.

 20년 이상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돼온 원전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원자력 안전과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원전 산업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조현 주(駐) 오스트리아 대사 겸 IAEA 담당 빈 국제기구대표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