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학] '조삼모사의 원숭이'는 경제적 동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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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중국에서 전해오는 얘기가 있어요. 중국 송나라 시대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있었지요. 그는 원숭이에게 "열매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 고 말했어요. 그러자 원숭이들은 "왜 아침에 세 개밖에 주지 않느냐" 고 화를 냈지요.

저공이 말을 바꿔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씩 주겠다" 고 하자 많은 원숭이들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열매는 일곱 개로 똑같은데 겨우 한 개를 한 끼 먼저 먹을 수 있다고 좋아하는 원숭이의 '우둔함' 을 비웃는 얘기지요. 이를 한자말로는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이란 말에서 따와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하지요. 보통 결과가 같은 것도 모르고 눈 앞의 이익만 보고 사는 사람들을 빗대어 이 말을 쓰곤 합니다.

물론 이 얘기에 담긴 교훈적인 뜻은 마음 속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이 원숭이가 멍청한 짓을 한 걸까요?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 원숭이는 미련하기는 커녕 사람 못지 않게 똑똑한 행동을 했어요. 말 그대로 '경제적 동물' 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보통 사람들은 당장 받을 수 있는 10만원이 1년 뒤에 받을 수 있는 10만원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지요. 10만원을 빌린 사람이 1년 후에 이자를 덧붙여 10만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돈 빌려주는데 왜 이자를 받느냐고요? 영이가 새 롤러블레이드를 사기 위해 10만원을 모았다고 상상해 봐요. 하지만 롤러블레이드를 사기 전, 철이가 "급히 책을 사야 한다" 면서 "1년 뒤에 갚을 테니 10만원을 빌려달라" 고 했어요.

돈을 빌려주면 영이는 롤러블레이드를 사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겁니다. 영이는 특별한 대가가 없는 한 철이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고 당장 타고 싶은 롤러블레이드를 살 거예요.

그런데 철이가 1만원을 더 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영이는 자기가 모은 돈을 철이에게 빌려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은 롤러블레이드를 타지 못하지만 내년엔 지금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롤러블레이드(11만원 짜리)를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철이가 영이에게 돈을 지금 쓰지 말고 빌려 달라면서 보상해 주는 것이 이자지요. 돈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 이자는 돈 쓰는 것을 뒤로 미룬 대가로 받는 것이고요.

이 경우 오늘의 10만원은 내년엔 11만원의 값어치가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1년 후의 10만원보다 당장의 10만원이 더 값어치 있는 것이라면 저녁의 10만원보다 아침의 10만원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겠죠. 비록 한나절 차이지만 앞당겨 받을 수 있으니까요.

'조삼모사' 의 경우 똑같은 네 개의 열매라도 아침에 먹는 것이 저녁에 먹는 것보다 당연히 더 좋겠죠. 이제 '조삼모사의 원숭이' 는 경제적 동물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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