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권리, 영감을 찾아 떠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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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을 뿐.’

작은 흔들림(小搖), 떠들썩한 소동(騷擾), 산책(逍遙)… 세 가지 ‘소요’가 반복된 30년의 여행

제9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권리가 영감의 계보를 찾아 오간 세계를 한 권에 담아냈다. ‘이것은 여행기가 아니다’라는 당돌하고도 역설적인 선언으로 시작되는 『암보스 문도스』(Ambos Mundos, 스페인어로 ‘양쪽의 세계’라는 뜻)가 바로 그것. 2002년에 시작된 이 여정은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서부터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쿠바 등 라틴아메리카의 무수한 나라를 아우르며 2008년에야 일단락되었고, 총 세 장의 ‘소요’로 나뉘어 기록되었다.

영감의 계보를 찾는다는 확실한 목적의식 앞에 작가의 시선은 풍광을 넘어 사방에 머문다. 그녀로 하여금 길을 떠나게 했던 또 다른 작가와 작품, 길을 이뤄온 사람과 길에서 만난 사람, 오랜 길의 역사와 문화,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경험들…….

단 한 장의 사진도 없는 이 여행기 아닌 여행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작가와 함께 히드로스피드의 물살에 휘말리다가 사막에서 버기카를 타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료하니 칼라니 마리아니 하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그 나라의 정치․경제는 물론이거니와 문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여행을 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토론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여행기 곳곳,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반짝거리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녀의 단상과 마주할 때면 그저 잠시 숨을 돌리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여행기에 놓아야 할지, 철학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사이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두어야 할지’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훌륭히 달성된 셈이다.

‘내가 나 자신을 버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나와 세계의 충돌은 수없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한쪽의 세계가 나를 힘겹게 할 때마다 나는 유럽의 냉정함과 라틴아메리카의 고독, 아프리카의 배고픔과 아시아의 열정 따위를 떠올리며 다시 일어서는 꿈을 꿀 것이다.’

신랄하고 건조한 문투에 냉소적이면서도 명랑한 유머를 담아 세계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말하며 읽는 이들에게까지 알 수 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암보스 문도스』. 지독한 우울증이라는 여독(旅毒)을 남겼을 만큼 작가를 사로잡았던, ‘벼룩이 득실거리는 개보다 행복’한 그녀만의 암보스 문도스 왕국이 궁금하지 않은가? 지금 당장 이 소요에 동참해보길 권한다.

도움말: 소담출판사

<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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