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빚 지난해 34조↑ … 나랏빚보다 더 많이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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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공기업 부채가 지난해에만 34조원이 넘게 늘었다. 나랏빚 증가 폭(33조2000억원)을 웃돈다. 4대 강, 보금자리주택, 혁신도시 등 각종 국책 사업과 요금 규제, 그리고 여전한 방만 경영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27개 공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부채 규모는 271조9511억원으로 전년보다 34조2491억원(14.4%) 늘었다. 2007년 156조원대였던 공기업 부채는 이후 매년 30조~40조원가량씩 급증하고 있다.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도 그 사이 103.7%에서 157%로 크게 악화됐다. 주요 민간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를 밑도는 것과는 대조된다.

 늘어난 부채의 절반가량은 토지주택공사의 몫이었다. 2009년 109조2428억원에서 지난해 125조4692억원으로 16조원 이상 증가했다. 4대 강 사업을 하는 수자원공사(7조9607억원)는 부채 증가율이 165.7%로 가장 높았다. 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3년 내리 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부채도 4조5000억원가량 늘어나며 33조원을 넘어섰다.

 공기업의 빚 갚을 능력은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부채보다 자산(444조6808억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부채의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부채가 73.7% 증가하는 사이 자산은 42.7% 느는 데 그쳤다.

 정부는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경영평가를 통해 공기업들의 부채 축소와 자구노력을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정책연구실장은 “역대 정부가 공기업을 내세워 대형 국책 사업을 하면서도 누적된 부채 문제는 방치해 온 게 문제”라며 “공기업을 편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넓은 의미의 재정 규율을 적용하고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민영화 등 근본적인 해법을 쓰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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