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삭발투쟁 경남은 상경투쟁 이번엔 ‘LH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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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전북지사

#1. 6일 오전 10시 전북도청 2층 회의실. 김완주(65) 지사가 ‘LH 분산배치를 위한 범도민 비상시국 선포식’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 아래에서 삭발을 했다. 김 지사는 “LH 본사를 껴안고 죽을지언정 내놓을 수는 없다. 아흔아홉 섬을 가진 자가 한 섬을 빼앗아 백 섬을 채우려는 걸 결코 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2. 같은 시각 경남도청 회의실. 전북지사의 삭발 소식이 전해지자 긴박해졌다. 도지사 비서실장, 정책특보, 혁신도시추진단장 등이 대책회의를 했다. 이날 오후 외부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김두관 지사는 “LH 이전을 백지화하거나 지연하는 사태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를 놓고 전북도와 경남도가 맞붙고 있다. 현재 물밑다툼이 치열한 과학벨트, 정부가 백지화 결정을 내린 동남권 신공항에 이은 지역갈등 3라운드다. LH 이전을 놓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영·호남 갈등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LH의 지방 이전 논의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는 혁신도시계획을 세우면서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로,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로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9년 토공과 주공이 LH로 통합되면서 한 지역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전북은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따라 본사를 유치하는 곳에 24%를, 나머지 76%를 다른 곳에 두자”는 분산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남은 “통합된 걸 왜 둘로 쪼개느냐”며 일괄배치론을 고수하고 있다.

 전북도는 21일 서울에서 도민들이 참가한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경남도는 김 지사가 서울로 올라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특임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잇따라 만나 일괄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할 방침이다.

 LH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상 정부가 키웠다. 배치 기준과 시기 등을 놓고 여러 차례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2009년 4 월 등에 “분산배치가 기본방향”이라며 양측에 분산배치 비율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정운찬 전 총리와 정 장관 등은 “한곳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했다. 이전 결정을 끌어온 것도 문제다. 정 장관은 지난해 9월 연말까지 “LH 이전 문제를 연내 매듭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다.

전주·창원=장대석·황선윤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전라북도 도지사

1946년

[現] 경상남도 도지사
[前] 행정자치부 장관(제17대)

19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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