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 - 두 번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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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8강전>
○·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7보(61∼74)=이세돌 9단이 둔 63이 바둑의 오묘함을 보여준다. 63 같은 곳은 어떤 때는 바둑이 다 끝나가도록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지금은 귀의 사석을 이용한 조이는 맛이 있어 “크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수가 나는 것도 아니고 사방천지 큰 곳이 널려 있는데 꼭 이곳을 두어야 할까. 박영훈 9단은 “크긴 큰데요. 두터워요”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똑같은 수라도 언제는 100냥이고 언제는 서 푼도 안 된다. 그걸 구분하는 능력이 바로 실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둑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초반에 일방적으로 몰리는 인상이었던 백은 72가 놓이자 어느덧 ‘곤마 하나 없는 실리 짭짤한 바둑’으로 변신했다. 또 74에 이르자 백의 진영에선 화려한 공격의 나팔소리마저 울려 퍼진다. 유불리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흑이 어딘지 기분이 나쁘다는 데 검토진은 동의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역시 우하귀를 죽인 게 너무 헤펐을까.

 구리 9단은 ‘참고도’ 흑1의 치중을 얘기한다. “치중하지 않아 고마웠다. 치중해 두었다면 백 대마는 한 수에 해결되지 않는다”며 거듭 이 수를 지적했다. 박영훈 9단은 우하귀를 죽인 것을 미스터리라 했고, 구리는 치중하지 않은 것을 미스터리라 했다. 두 번의 미스터리 끝에 바둑은 슬그머니 백의 페이스로 변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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