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정부 조건은 우월한 미모와 몸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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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옷을 입고 아침 일찍 일어나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집안을 반짝반짝하게 쓸고 닦는 그녀.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사는 상류층 주인을 모시면서 칭얼대는 아이를 돌보고 온종일 부엌과 화장실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목소리는 항상 조용조용, 주인집 은밀한 비밀은 들어도 못 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 한다.

영화 '하녀'에 등장한 가정부의 모습이다. 빠지지 않는 미모와 몸매까지 갖춰 결국 주인의 노리개로 전락하는 장면도 그려진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상류층 사이에서도 이런 가정부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주인의 성 노예로까진 아니더라도 빼어난 얼굴과 미모를 갖춰야 한다는 전언이다.

5일 대북 단파라디오인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가정부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가정부로 일하면 한 달에 쌀 20Kg과 기름 한 병을 얻을 수 있어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가정부로 지원하는 여성이 늘면서 경쟁도 예전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는 젊은 나이와 미모, 몸매 등이 갖춰져야 한다. 입이 무거워야 함은 기본 덕목이다.

원래 북한에서 가정부를 두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사노비'개념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그러나 간부계층과 부유층 사이에서는 이미 암암리에 가정부를 두고 지낸 지 오래다. 한 북한 소식통은 "부유층들은 워낙 각종 불법으로 돈을 벌어들여 가정부 정도는 사소한 문제라 당국에 적발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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