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매수할 돈 소지만 해도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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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6·2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사흘 앞두고 경남 의령군에서 주민 A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A씨가 군수 후보로부터 돈봉투를 전달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경찰이 함께 현장을 덮쳤다.

 하지만 A씨는 100만원씩 담긴 봉투를 여러 개 놓고도 혐의를 부인했다. “누구한테 주려던 게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따진 것이다. 현행법은 선거운동 목적의 돈봉투를 운반하는 행위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선거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를 매수하는 데 쓰일 돈봉투나 선물을 가지고만 있어도 선거사범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5일 제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 매수 목적의 돈봉투나 선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처벌이 가능하게 하면 매수행위에 대한 처벌이 쉬워져 결국 유권자 매수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제출한 개정안엔 선거법상 ‘매수죄’의 공소시효를 현행 선거일 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유권자를 매수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행한 사람이 자수를 하면 형을 감면해 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돈을 받은 유권자가 자수했을 때만 형을 감면해 주는 현행법을 확대한 것이다.

 선관위는 또 정당의 고액 당비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당비의 수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현행법을 바꿔서 월 1000만원, 연간 1억원을 초과해 납부한 당비는 그 내역과 납부자를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보고서를 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비용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정치자금 공개를 확대해야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정당 명칭에 특정인의 성(姓)이나 이름을 지칭하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도 담았다. 옛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같이 특정인의 이름을 정당 이름으로 쓰는 것이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정당의 사당(私黨)화를 불러 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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