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너 헤리티지 연구원 “워싱턴 대북정책 고인 물처럼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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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재 워싱턴의 대북 정책은 물이 고인 듯 정체돼 있다. 북한이 대화의 기회를 거부하고 유화 공세와 군사 위협을 번갈아 하는 상투적인 전술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은 당분간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미 행정부 한반도 담당 관리들과 친분이 깊은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사진) 미 헤리티지 재단 동북아시아담당 선임연구원이 서울에서 열리는 세미나 참석차 5일 방한했다. 그는 본지에 “워싱턴은 ‘평양이 서울의 안보 문제(천안함·연평도)를 해소해야만 북·미대화, 6자회담이 가능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그것이 북한의 사과인지 그 이하의 조치여도 되는지는 한국이 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지난 2월 열린 남북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려 했다”며 “그러나 북한은 ‘천안함은 미제와 남조선의 특대형 모략극’이라며 회담을 보이콧해 모처럼의 기회를 걷어찼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선 “북한이 굶주리고 있는 건 맞다”며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지난 17년간 끊임없이 식량을 구걸해온 반면 자급하려는 노력은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지원에 신중을 기할 것이며, 특히 한국과 협의 없이 앞장서서 식량을 지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제재는 2005~2007년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돈 2500만 달러를 동결한 이후 제대로 된 게 없었다”며 “북한에 BDA 같은 강력한 제재를 재개하는 한편 ‘비핵화에 나선다면 확실한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 깨우쳐준다면 북한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움직임과 관련해선 “올 들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며 “올여름 안에 한·미 FTA가 미 의회에서 비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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