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7위로 쿨하게 물러난 정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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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MBC ‘나는 가수다’에서 ‘진짜 1위’는 7위로 탈락한 정엽(사진)이라는 말이 나온다.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뿐 아니라 ‘재도전 결정’ 때도 쿨하게 물러났다. 한 온라인 조사에선 이 프로를 통해 새로 알게 된 가수 1위에 꼽히기도 했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푸른밤, 정엽입니다’(MBC FM4U 매일 밤 12시)에는 최근 중·장년층의 문자와 인터넷 글이 부쩍 늘었다.

 “신기하고 감사하죠. 길 가는데 노신사 분이 ‘노래 잘 들었다’고 악수 청하시고. 이번 프로를 통해 저는 잃은 게 하나도 없어요. 음악을 만지고 노래하는데 감성과 시각이 풍부해진 것 같아 고마울 뿐이에요.”

 4일 밤 서울 논현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정엽은 한결 넉넉해진 모습이었다. 음악 듣는다 하는 이들에게 실력파 R&B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리더 정엽은 익숙한 이름. 이제 와 ‘정엽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서운하기도 할 텐데 담담한 듯했다.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참 재미 있는 경험이겠다’ 싶어 나갔는데, 일이 예상치 못하게 흐른 게 아쉽다”고 했다. 또 섭외가 왔을 때 순위 문제가 아니라 “곡 쓰는 시간을 많이 뺏기게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가수들끼리는 경쟁 구도 같은 게 아니었는데 방송으로 보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저도 제 순위를 알면서도 긴장하면서 보고. 예능 프로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편집했나 보다 생각했는데, 시청자 분들은 (재도전 결정으로) 긴장이 깎이니까 많이 허탈해하신 것 같아요.”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됐지만 ‘나는 가수다’ 논란은 그치지 않는다. 출연 가수들의 음원이 차트 상위권을 독식하면서 ‘음악이 예능에 종속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엽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음악시장은 과도기인 듯하다. 비판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 한다면 달라지는 게 없다. 음악 하는 이들도 대중과의 코드를 맞춰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 활동과 병행해온 솔로 작업은 오는 9월 정규 2집으로 또 한번 변신을 예고한다. 포크·모던 록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음반을 만들 계획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짝사랑’ ‘잊을게’가 수록될지 여부는 미정. 다만 이번 경험이 “언젠가 준비 중인 리메이크 앨범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요청도 받는다. “원래 좋은 점만 보는 성격이라 좋은 말만 해줄 것 같은데”라면서도 새로운 경험에 또 호기심을 드러냈다.

 “사실 데뷔 준비할 때도 오디션 프로를 나가고 싶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내 색깔을 확실히 해서 나가야지 순위로 평가 받는 건 아니란 마음?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오디션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격려의 마음을 보내요. 단, 가수 지망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원하는 것을 하면 그만큼 스트레스도 커요. 프로페셔널은 늘 완벽해야 하고 꿈꾸는 걸 다져야 하니까요. 가수가 된 후에도 그건 변함이 없죠.”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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