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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전문인력 부족 심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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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
혁신 구조설계연구소장

한국이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조선강국에 등극한 지 10여 년 만에 중국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영국이나 일본이 40여 년간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위상을 누렸던 것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의 정도가 상당한 것 같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세계 1위 조선해양 강국의 4대 요소인 인프라·기술·인재·미래비전 전략의 틀에서 한국은 여전히 세계 1등에 있다. 정보기술(IT) 융합기술을 더욱 심화 고도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단순히 화물수송이라는 기능적 관점에서 벗어나서 HSE(건강·안전·환경)를 담보하는 명품 선박의 설계 제작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더욱이 글로벌 환경은 많은 위기와 도전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환경은 우리에게는 더 큰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오일 가스 가격의 급등은 심해저 자원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산업의 활성화를 앞당기고 있다. 2020년 해양플랜트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를 500조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해양플랜트 산업의 세계패권을 잡을 수 없다. 한국은 현재 해양플랜트 제작에서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핵심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은 전적으로 선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분야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설계공식의 적용이 보편화된 선박설계 생산 분야의 인력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1, 2년 내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분야는 제품의 용도나 크기는 물론 사용 해양환경에 따라서도 설계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해야 하므로 석·박사급 이상의 전문기술인력이 필요하다. 2020년까지 최소 2000명 이상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고의 70% 이상이 폭발이나 화재와 관련돼 있으며, 이들 사고 메커니즘과 위험도는 현재의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정밀하게 풀 수 없고 시험평가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한 시험설비 인프라 기반 구축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한국을 먹여 살릴 6대 미래 선도산업에 해양플랜트 산업이 선정됐다. 범국가 차원의 치밀한 미래비전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 혁신 구조설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