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냉정했다. SK에너지의 기름값 인하 소식에 소비자는 모처럼 웃었지만 이익 감소를 걱정한 정유사 주주들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관계기사 e2, e3면>관계기사>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이 먹혀들면서 5일 증시에선 그간 오름세를 탔던 정유·화학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휘발유·경유를 L당 100원씩 할인하겠다고 밝힌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보다 10.3% 급락한 19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으로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19조6952억원에서 17조6610억원으로 2조342억원 줄었고, 시가총액 순위도 10위에서 13위로 밀렸다. SK이노베이션에 이어 기름값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에쓰오일(5.5%)·GS(7.4%) 등 다른 정유사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기름값 인하가 수익성을 악화시켜 해당 기업의 실적을 깎아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은 이번 가격 인하조치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2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의 8%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날 SK에너지에는 투자자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한편 다른 정유업체들도 기름값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GS칼텍스가 SK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름값을 내리겠다고 4일 밝혔다. GS칼텍스 측은 “휘발유와 경유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관련 시스템이 갖춰지는 대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손해용·한은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