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안 되는 북 방사능 … 대재앙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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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열린 본지 기획 좌담회 ‘일본 원전 사태와 북핵 문제’에 나온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가운데)이 북핵 문제를 안전과 방사능 오염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왼쪽은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른쪽은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안성식 기자]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몰고 온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는 북한의 핵무기·핵물질과 핵시설의 안전성도 도마에 올리는 계기가 됐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 재앙은 북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의 좌담을 통해 짚어봤다. 진행은 이영종 정치부문 차장이 맡았다.

사회=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원전의 안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 중인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원자로가 낡은 데다 시험용 경수로 건설에도 착수했는데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정영태=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6자회담 재개 여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또 핵을 포기하지 않는 김정일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

 백승주=북핵 문제를 대량살상무기(WMD)라기보다는 핵 안전과 방사능 오염 문제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때 검토했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타격 등 군사적 옵션은 장애가 생겼다.

 김근식=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하는 노후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봉으로 핵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문제다. 핵 확산 차단에만 몰두했던 미국도 이제는 북핵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한반도와 동북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란 판단을 할 수 있다.

 사회=이번 사태가 김정일의 핵 위협 카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궁금하다.

 백승주=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거치며 북한은 ‘핵 참화’를 수차례 위협했다. 일본 핵 재앙을 접한 우리 국민들에게 북핵 공포는 더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핵 위협의 힘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일에게 핵무기를 맡겨둘 수 없다는 강경 여론이 강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사회=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을까.

 백승주=3차 핵실험은 반드시 한다고 본다.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을 보면서 김정일과 후계자 김정은은 ‘핵 억제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진이 3차 핵실험 일정을 늦추는 요소는 되지만 결국 북한 지도부가 핵에 집착하도록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김근식=북·미 협상에서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라는 걸 김정일도 잘 안다. 협상 안 하면 핵 능력이 증대된다는 게 북한의 논리였지만 김정일 건강 이상과 후계 문제로 상황이 바뀌었다.

 정영태=북한이 핵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물론 곧바로 핵 실험을 했을 경우 대차대조표를 따져볼 때 부정적 측면이 많기 때문에 김정일 정권이 단기적으로 선택할 대안은 아닐 것이다.

 사회=우리 원전에 대한 북한 특수부대의 공격 우려도 제기된다.

 백승주=북한군의 전술교리에 한국의 원전을 파괴해 핵 무기 없이도 핵 전쟁을 하는 방안이 나와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비합리적인 북한 지도부의 돌발행동에 대처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권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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