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 '꿩먹고 알먹고' 외자 유치 …9억불에 공장팔고도 경영은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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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전주공장의 '한지붕 세가족' 다국적 합작경영이 업계의 화제다.공장을 팔고서도 공장 경영의 끈을 계속 갖고 있는데다 이달 7일 매각대금(9억달러)의 잔금을 받아 외자는 외자대로 들여왔기 때문이다.

또 합작법인 지주회사가 운영하는 전주공장(법인명 팬아시아페이퍼 코리아)등 4개의 국내외 법인에 대한 균등 경영권까지 확보해 한솔제지로선 '1석3조' 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한솔은 신문용지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 공장을 매각하기 전인 지난 1월 세계적 신문용지 업체인 캐나다 아비티비와 노르웨이 노르스케 스콕과 균등하게 지분을 출자해 지주회사를 만든 뒤 이 지주회사에 공장을 팔았다.한솔 등 3개사는 각 2명씩 6명으로 지주회사 이사회를 구성해 한솔제지 전주공장과 또다른 국내외 3개 제지회사(옛 신호제지 청원공장.태국.중국 상하이 공장)를 공동 경영하고 있다.

합작 당시 일부 국내외 투자 컨설팅 업체들이 이같은 구도의 합작 경영에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전주공장의 올 세후(稅後)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백억원 많은 2백90억원으로 예상됐다.

또 제지산업의 생명인 '무절(無切)(생산 중인 종이가 끊기지 않는 것)시간' 등 생산성 관련 지표를 모두 경신했다. 인위적인 감원 없이 고용 승계도 이뤄지고 있어 한양대 등에서 기업인수 합병(M&A)과 외자유치의 성공 사례로 연구중이다.

회사 분위기는 거의 외국계 회사다. 합작 업체의 선진 경영기법이 현장에 스며들어 경비 지출이 까다로워졌고 모든 업무과정이 표준화됐다.

경영지수는 하루.일주일.월간 단위로 끊어 영문으로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어진다.본사의 대졸 관리직 가운데 90%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다국적 합작경영의 주역인 조동길(趙東吉) 한솔제지 부회장은 협상을 잘했다고 해서 지난 18일 한국협상(協商)학회가 주는 제4회 협상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趙부회장은 "1대주주 지분을 고집했더라면 단순한 외자유치에 그칠 뻔 했는데 3사 공동 운영을 통해 글로벌 경영의 기틀을 다졌다" 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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