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후의 사활-하변 백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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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8강전>
○·왕레이 6단 ●·허영호 8단

제15보(145~154)=수읽기는 지략이라기보다는 ‘힘’의 세계에 속한다. 강한 수읽기는 약한 수읽기를 만나면 거의 폭력으로 변한다. 약한 수읽기가 강한 수읽기를 상대하는 방법은 전투를 피하는 길뿐이다.

 요즘 바둑은 거의 수읽기로 승부한다. 대세를 논하며 유유히 흘러가던 바둑은 먼 추억이 되었다. 판 위엔 그래서 거의 언제나 선혈이 낭자하다.

 왕레이 6단이 백△로 돌파하며 대마를 차단했다. 흑도 147로 5점을 빵 따내며 기분을 냈으나 대마가 살아오지 못한다면 만사 끝이다. 백척간두의 전투다. 그러나 왕레이의 수읽기가 일단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하나 허영호 8단이 넋 놓고 대마를 죽일 리 없다. 그의 수읽기는 바로 149였다. 대마는 죽이더라도(150으로 완전 사망) 151로 하변 백 대마를 끊어 잡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수읽기는 끝이 없다. 수 뒤에 수가 있고 그 뒤에 또 수가 있다. 숨가쁘게 몰아치는 초읽기 때문에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대마를 죽인 허영호의 수읽기는 대담한 결단인가, 아니면 무모한 자살행위인가. 왕레이는 152로 웅크린 뒤 154로 한 점 잡아둔다. 왕레이는 살았다 하고 허영호는 죽었다 하는데 결과는 어떨까(흑이 한 점을 살리고자 ‘참고도’ 흑1을 먼저 선수하는 것은 대악수로 6에서 응수가 두절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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