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책] 인터넷 경매 (주)옥션

중앙일보

입력

'앞머리를 서너가닥 길게 늘어뜨려 우스꽝스런 헤어스타일과는 달리 독기(毒氣)가 느껴지는 눈초리…. ' 인터넷 경매회사 (주)옥션 광고에 나온 축구해설가 신문선씨의 모습이다. 입담 좋고 진지해 보이는 평소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안어울려 코믹함마저 느껴진다.

경매 현장을 살벌한 무술시합장으로 비유해 제작한 이 광고에서 경매품(노트북컴퓨터)을 놓고 신씨가 맞붙은 첫 상대는 1백20㎏은 됨직한 거인.

거인이 기합 대신 "천원 더" 를 외치며 주먹을 날려오자 고개를 숙이며 사뿐히 피한 신씨는 "2천원 더" 하면서 멋진 돌려차기로 상대방을 KO시킨다.

뒤이어 '만원 더' 라는 외침과 함께 등장한 상대는 요염한 여성 무사. 그러나 신씨는 기를 모아 '만원에 천원 더' 장풍으로 이마저 압도해 버리며 낙찰자가 된다.

이달초 방영에 들어간 이 광고를 찍기 위해 신씨가 받은 무술훈련 기간은 단 하루. 하지만 고수 못지않은 공중 돌려차기 실력을 발휘해 제작진을 흡족케 했다고.

광고 제작을 맡은 제일기획 관계자는 "주인공으로 '젊으면서 신뢰성 높고 의외성을 지닌 저명인사' 를 찾다가 신씨를 선택했다" 며 "밤새워 새벽까지 계속된 강행군 속에서도 끝까지 진지한 자세로 임해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고 말했다.

하지만 분장 과정에서 신씨가 "내 나이(43세)에 너무하지 않느냐" 며 헤어스타일에 이의를 제기해 설득하느라 반나절을 허비했다는 후문이다.

광고의 배경 화면과 등장 인물들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은 한때 대유행했던 전자오락 '스트리트파이터' 를 많이 참조했기 때문이란다.

여담 한마디. 무술대회 우승자인 신씨는 상금(출연료)으로 7천만원을 받았지만 패자가 된 여무사(직업모델)는 7백만원, 거구(모대학 유도선수)는 3백만원밖에 못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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