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독주회 노르웨이 신예 피아니스트 안스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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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주자를 만나는 것은 '미지의 섬' 을 방문하는 것처럼 가슴 설레는 일이다. 대중적 지명도 때문에 1년이 멀다하고 자주 한국을 찾는 연주자들보다 새로운 얼굴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파보 예르비 지휘의 버밍엄심포니와의 협연으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트럼펫.현악합주를 위한 협주곡' , 브리튼의 '피아노협주곡' , 에네스쿠의 '전설' 을 녹음한 새 음반(EMI) 을 선보인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29) . 그는 지난 96년 마리스 얀손스 지휘의 오슬로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을 협연해 호평을 받았던 신예 피아니스트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는 그가 오는 2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북구(北歐) 의 서정과 신고전주의의 역동성으로 가득찬 그의 피아니즘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노르웨이 음악은 에드워드 그리그가 활동하던 19세기에는 독일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안스네스가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레퍼토리도 스트라빈스키.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의 신고전주의와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반영하는 곡들이다.

바흐의 '소나타 제4번 D장조' , 슈베르트의 '소나타 제20번 A장조 D.959' , 조지 안타일의 '토카타 제2번' '기계의 죽음' ,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작품 33의 f단조, C장조, 작품 39의 D장조 등.

아직 국내 무대에 생소한 미국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조지 안타일(1900~59) 은 에드가 바레즈와 함께 미국 악단에 실험음악의 기운을 불어넣은 선구자. 20세기초 미국 음악계의 '무서운 아이들' 로 악명이 높았던 그의 대표작은 '8대의 피아노.타악기.헬리콥터 모터를 위한 기계적인 발레' . 스트라빈스키의 영향을 받아 생동감 넘치는 리듬, 청중을 경악시키는 통렬한 화음, 활기찬 선율이 특징이다.

타악기 앙상블을 위한 음악 중 기념비적 작품으로 파리 초연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에즈라 파운드.예이츠.에릭 사티.파블로 피카소 등 모더니스트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성공을 거두었으나 27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미국 초연에서는 청중의 난동을 불러일으켰다.

기계적 음색과 투박한 화음으로 타악기적인 효과를 자아내는 이곡은 느낌을 배제한채 마치 로보트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안타일의 '토카타 제2번' '기계의 죽음' 도 비슷한 분위기의 소품이다. 02-3449-9421(음반) , 02-543-5331(공연) .

★안스네스의 음반목록 ▶쇼팽 소나타.마주르카.에튀드▶그리그 소나타.서정조곡▶야나체크 소나타 등▶리스트 협주곡 제2번(드미트리 키타옌코.베르겐필하모닉) ▶닐센 피아노소품.샤콘 등▶브람스 협주곡 제1번(사이먼 래틀.버밍엄심포니) ▶하이든 소나타집▶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제3번(파보 베르글룬트.오슬로필하모닉) ▶슈만 소나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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