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인재 추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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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재 추천을 천거(薦擧) 또는 거천(擧薦)이라 하고, 추천한 사람을 거주(擧主) 또는 천주(薦主)라 한다. 『맹자(孟子)』 등문공(謄文公)조에 “천하를 위해 인재를 얻는 것을 인이라 이른다(爲天下得人者謂之仁)”는 구절이 있는 것처럼 올바른 인재 발탁은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인(仁)이다.

성호 이익(李瀷)은 『성호사설(星湖僿說)』의 ‘자격과 전형(資格銓衡)’조에서 “사람을 쓰는 도(道)는 자격(資格 : 신분)을 위주로 하면 재덕(才德 : 인품과 능력) 있는 자가 펴지 못하고, 전형(銓衡 : 시험)을 위주로 하면 엄체(淹滯)의 근심이 있다”고 말했다. 엄체란 능력은 있지만 발탁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서애 유성룡(柳成龍)이 『징비록(懲毖錄)』에서 “조정에서 그(이순신)를 추천하는 사람이 없어, 무과에 오른 지 10여 년이 되도록 승진되지 못했다”고 밝힌 것처럼 유성룡의 천거가 없었다면 이순신은 엄체된 채 인생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인재 추천은 종종 낙하산 시비에 휘말린다. 세습제로 변질되리라는 우려도 많다. 그래서 적임자가 아닌 사람을 추천했을 경우 추천자를 함께 처벌하는 거주연좌제(擧主連坐制)가 있었다. 이익은 『성호사설』의 ‘거주연좌’조에서 당(唐)나라 육지(陸贄)의 말을 인용해 ‘현자를 추천한 경우에는 성적에 따라 관급을 올려주고, 실제와 어긋난 경우에는 당장 관작을 삭탈하고 돈으로 속죄(贖罪)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송사(宋史)』 『선거지(選擧志)』에는 “고명(誥命 : 임명장)에 거주(擧主)의 성명을 기록했다 훗날 추천장 내용과 다르면 연좌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고려사절요(節要)』 인종(仁宗) 5년(1127)조에는 “시종관이 모두 한 사람씩 천거하되 천거한 사람이 형편없으면 그를 벌한다”는 내용이 있고, 태조 이성계의 즉위교서에도 “적임자가 아닌 사람을 천거하면 천거자가 죄를 받는다”는 규정이 있었다.

로스쿨 출신을 추천으로 검사로 임용한다는 소식에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반발이 심하다. 작년에 외교부의 특채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에서 추천제는 기득권 세력의 나눠먹기로 전락했다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

그러나 시험제의 경직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추천제를 일절 막을 수는 없다. 시험제를 위주로 하되 거주연좌제나 지인을 추천하지 못하게 막는 상피제(相避制)로 보완한다면 추천제도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