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군 “카다피가 사임 논의 제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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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동부의 석유도시 라스라누프에서 7일(현지시간) 카다피군의 전투기가 공습을 하자 시민군이 대피하고 있다. 시민군 측에 따르면 석유 수출항이 있는 라스라누프에선 8일에도 카다피군의 무장헬기가 로켓 공격을 퍼부었다고 한다. [라스라누프 AP=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리비아 최고지도자가 시민군에 자신의 사임방안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리비아 시민군을 대표하는 국가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가 ‘권력을 의회에 넘겨주고 자신은 리비아를 떠나겠다’며 사임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가위원회 대변인은 “리비아 국민에게 피를 흘리게 한 그를 믿을 수 없다”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카다피 측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돈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국가위원회 대표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법무장관은 “카다피에게 리비아를 떠날 경우 사면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비아 정부 측 관계자는 이날 “쓰레기 같은 소리”라며 보도를 부인했다.

 이와 함께 미국 등 서방의 리비아 군사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은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10일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열고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리비아 관련 군사 대응방안을 결정한다. 이보 달더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7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이용해 리비아 상공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내용으로 한 결의안 초안을 12일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잘릴 국가위원회 대표는 “카다피군이 폭격을 멈춰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빨리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서방의 움직임은 카다피군이 라스라누프 등 시민군이 장악한 거점에 대규모 폭격을 가해 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AFP통신은 카다피군 전투기가 라스라누프에 수차례 공습을 가해 인명 피해가 났으며 이곳 원유 수출항도 폐쇄됐다고 전했다. 시민군 세력이 장악한 자위야와 미스라타, 빈 자와드 등에서도 카다피군이 공세를 취함에 따라 양측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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