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대학살 기록영화, 화란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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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평화유지군이 지켜보는 가운데세르비아군이 수천명의 보스니아 회교도들을 죽인지 4년이 지난 요즘, 네덜란드에서는 이 집단학살 사건이 또다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스니아 학살사건에 관한 일련의 대담한 새 기록영화가 최근 암스테르담에서 공개됨으로써 네덜란드 국민들에게 분노와 수치감을 던져주고 있는 것.

이 유혈참극의 여파와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찍은 필름을 토대로 만든 〈무덤으로부터의 외침〉등 6개의 필름들이 암스테르담 연례 국제 도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됐다. 이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이래 유럽 최악의 민간인 집단학살사건인 스레브레니차 사건을 새로이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 필름처럼 꿈속에까지, 악몽속에까지 나를 따라다니는 필름은 없었다"고 지난 달 28일 첫 시사회를 가진 〈무덤으로부터의 외침〉을 제작한 영국인 영화제작자 레슬리 우드헤드는 말했다.

유엔은 세르비아군을 피해 몰려온 대부분 보스니아 회교도들인 약 3만명의 피난민들을 위한 "안전지대"로 보스니아 동부 스레브레니차를 지정했으며, 300명의 네덜란드 군인들이 이 안전지대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세르비아군보다 병력이나 무기도 훨씬 많이 보유한 네덜란드 평화유지군은 지난 95년 7월의 1주일간 세르비아군이 스레브레니차를 유린, 무려 8천명의 회교도들을 집단살해하는 것을 막지못했다.

이달초 공개된 스레브레니차에 대한 한 보고서에서, 유엔은 잘못된 판단과 과오로,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악의 범위를 인정하는데 있어서의 무능력"으로인해 보스니아 회교도들을 돕는데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한편 네덜란드 평화유지군은 그들이 유엔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때문에 그들이 전투행위를 벌이지 못했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도 여러차례 공중지원을 요청했지만 무시됐다고 변명하고 있다. 이같은 변명에도 불구, 엄청난 규모의 이 학살극은 네덜란드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줬다.

헤이그 소재 유고슬라비아 전쟁범죄 재판소를 방문중인 스레브레니차 생존자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전 발칸 주둔 네덜란드 평화유지군 사령부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네덜란드군 지휘관들은 스레브레니차 학살사건 "공모"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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