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포케몬〉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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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선 만화영화 한 편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0일 전국 3천여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된 이 영화는 개봉 첫날 1천만달러의 입장수입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으며, 주간 흥행성적에서도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제목이 '포켓 몬스터 퍼스트 무비' 인 이 만화영화는 워너 브러더스가 제작.배급하고 있다.

원작은 일본 만화영화 〈뮤쓰의 역습〉으로 워너 브러더스는 영어 더빙을 하고 음악을 새로 만드는 등 미국시장에 맞춰 개작했다. 줄거리는 주인공 아슈가 〈포케몬〉(포켓 몬스터의 합성어)과 함께 우주를 지배하려는 복제괴물 뮤쓰와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깜찍한 모습의 1백54마리 포케몬들에 미국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포케몬은 지난 96년 일본의 전자게임기 메이커 닌텐도(任天堂)가 개발했다. 처음엔 게임기와 캐릭터상품으로 출시했다가 인기를 끌자 TV 만화영화 시리즈로 만들었다. 닌텐도는 지난 6월까지 포케몬 관련상품으로 무려 4천억엔의 매상을 올렸다. 97년 12월엔 포케몬 TV 만화영화를 보던 어린이 1만여명이 집단발작을 일으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에 상륙한 포케몬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어린이들은 TV에서 방영되는 포케몬 시리즈를 보기 위해 부모와 외출마저 거부한다. 장난감 가게는 포케몬 관련상품을 사려는 어린이들로 붐빈다. 학교에선 누가 포케몬 이름을 많이 외우는가, 누가 포케몬 카드를 많이 가졌는가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미국 언론은 이들을 포케몬의 머릿글자 P를 붙여 'P세대' 라고 명명했다.

포케몬에 대해 미국내 여론은 양분(兩分)돼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측은 포케몬이 폭력을 다루지만 무익(無益)한 싸움은 되도록 피하는 '교육적 배려' 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인공 피카추는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미는 성숙함을 보인다. 부정적으로 보는 측은 포케몬 관련상품이 도박성이 강함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닌텐도를 법원에 고소한 부모도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포케몬의 성공 요인을 '귀여움의 힘' 이라고 지적했다. 헬로 키티.다마곳치 등 일본의 캐릭터상품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귀여운 모습이다. 인간관계를 깊이 파고들며 감정이 풍부한 일본 문화상품들이 동서양을 불문하고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은 더 이상 아이들 장난이 아니다. 게임기에서 캐릭터 상품으로, 그리고 만화영화로 뻗어나갈 여지가 무제한이다. 1백년 전 화투제조회사로 출발한 닌텐도의 오늘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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