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울 온 에리카 김 이틀간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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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에리카 김

동생 김경준(45)씨와 ‘BBK 주가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에리카 김(47)이 돌연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귀국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리카 김 남매가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였다. 대선을 몇 개월 앞두고 이명박 후보와 경쟁을 한 박근혜 후보 측이 “BBK의 실소유주는 이 후보이며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도 이 후보의 차명재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경준씨가 2001년께 주도한 BBK 주가조작 사건은 소액주주 5200명에게 384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 사건에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대선 정국에 폭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이은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수사에서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려졌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김씨가 횡령 등 혐의로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 김씨는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의 횡령 공범 혐의와 함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고 있다. 에리카 김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BBK의 실제 소유주라는 증거”라며 검찰에 제시했던 이면계약서가 수사 결과 가짜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김경준씨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처음 소개한 사람 역시 에리카 김이었다. 1990년대 중반 LA의 한인교회에서 만난 인연을 지렛대 삼아서였다. 결국 2000년 세 사람은 함께 사이버 금융 사업에 진출키로 하고 이명박(L)과 김경준(K), 에리카 김(e)의 머리글자를 딴 LKe뱅크를 설립했다. 에리카 김 남매는 “LKe는 BBK의 자회사”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이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불러왔다.



 에리카 김의 갑작스러운 귀국은 본인의 사업상 필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의 한 지인은 “에리카 김이 대형 유통업체에 물품을 납품하는 사업을 위해 약혼자와 함께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리카 김은 입국 전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연락해 기소 중지된 사건과 관련한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검찰로부터 “동생이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마당에 누나까지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는 답변을 듣고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수 기자

◆BBK 주가조작 사건=김경준씨가 1999년에 설립한 회사인 BBK를 통해 주가조작으로 384억원을 벌어 이를 횡령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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